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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대표의학회(6)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 "병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국민 개인의 의학적 특성,생활습관까지 체계적 관리로 예방 및 질환개선 해야 선진의료"

이여진 기자 입력 : 2018-02-09 10:39  | 수정 : 2018-02-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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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이여진 기자] 그간 우리 의료보건정책은 국민 개개인에게 소홀했다. 이로 인해 개인의 건강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보니 질병이 심각해져야만 병원을 찾게 되고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의료비 재난사태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젠 정부가 나서서 의료기관과 함께 국민 개개인이 각종 질환에 걸리기 전에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주치의제도의 안착이 그것이다. 가정의학과는 바로 그런 전초기지다. 헬스앤라이프 기획 '대한민국대표의학회' 시리즈 여섯번째로 대한가정의학회를 선정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덕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을 만나 가정의학에 대한 의미와 역할에 대해 들었다.    

 

이덕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사진=헬스앤라이프 

 

Q. 대한가정의학회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가.

A. 가장 핵심은 일차의료 의료진을 양성하는 것이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의학 지식, 책임성, 윤리성을 들 수 있다. 대한가정의학회에서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환자들의 문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포괄적인 의학 지식은 물론이고 환자와 공감하고 환자의 필요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수련하는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다.

 

Q. 가정의학과는 흔히 가족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진료과로 인식되고 있다. 환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교감과 신뢰를 쌓기 위한 방법은 뭔가.

A. 환자의 소통 유형이나 환자가 특정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환자 면담 기술이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에겐  매우 중요하다. 질병의 원인을 알기 위한 개인의 생활 환경, 성격, 가족 관계 등은 바로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소통하는 방법이 다르므로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 게 이끌어낼 수 있는 상담 기술이 필요하다. 가정의에게는 급한 문제가 있을 땐 그것을 해결하지만 만성적인 문제가 있고 그것이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되면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왜 아픈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하나 하나 물어보고 해결방법을 이끌어내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한 부분만을 파고드는 것보다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Q. 존스홉킨스 의대 설립자인 윌리엄 오슬러는 ‘어떤 질병을 환자가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보다 어떤 환자가 질병에 걸리게 됐는지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이것이 가정의학과에  어떤 의미인가.

A. 사람의 질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그 사람의 생활 습관, 성격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따라오는 것이다. 때문에 질병이 생긴 다음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생기기 전에 사람에 대해 파악하고 예방을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는 의미로 보면 되겠다. 아파서 오는 환자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뜻이다.

 

Q. 지난12월 발의된 일차의료 발전법안 발의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차의료 전문의로서 법안을 평가한다면.

A. 일차의료특별법의 내용을 보면 일차의료인 양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는 의료비 절감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만성질환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 통계상 65세 이상 인구의 50% 정도가 평균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만성질환의 경우 완치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전반적인 생활 습관과 특성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해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합병증이 생기게 되면 이에 따른 치료비로 의료비가 급증하게 된다.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일차의료인은 첨단 의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지역 사회와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도 고민하고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차의료 수련을 대형병원에서 받는 것이 중요한데 대형병원으로서 별로 환영할 만한 게 못될 수도 있다. 국가가 시장에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서겠다는 건 그 때문이다. 건강한 일차의료인들을 양성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본다.

 

Q. 전문병문과 전문센터 등 의료계가 점점 세분화되는 현 시점에서 가정의학과의 역할은 무엇인가.

A. 가정의는 의료계의 매니저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의료시스템은 세분화돼 의학의 발전과 기술을 도모하는 사람과 한 사람의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렇게 두 부분이 확실하게 나눠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을 살펴보면 세분화된 의료 기술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개인에 대한 관리는 취약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왜 아픈 것인지, 의학적으로 얼마나 심각한지, 어떤 병원의 어떤 과를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렇게 되면 병원을 잘못 찾아갈 수도 있고 큰 병이 없는데도 각종 검사를 받으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몸이 불편할 때 치료의 방향을 잡아주는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사가 필요한 것이다.

 

Q. 다른 전공이 아닌 가정의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A. 사람을 이해하고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의학 지식과 기술만으로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한 개인의 성격, 성향, 생활습관 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질병은 한 사람의 어떤 특성에 영향을 받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한 분야만을 집중해 공부하는 것보단 전체적인 그림에서 문제를 보고 공부하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Q. 어떤 경우 환자들이 가정의학과를 찾아야 하는가.

A. 이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가정의학과는 어떤 증상이 있을 때나 어딘가 아플 때만 가는 곳이 아니다. 아플 때던 아프지 않을 때던 자기 건강을 지켜주는 의사라고 생각하는것이 좋다. 주치의 제도 안착이 필요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내 문제를 믿고 맡길 수 있으며 내 건강에 대해 잘 이해하고 돌봐 줄 수 있는 그런 의사말이다.

 

Q. 가정의학과는 어떤 특성을 가진 의대생들에게 적합할까. 전공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A. 한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신체적, 심리적으로 깊이 이해하는 전인적 치료를 하고자 한다면 가정의학과가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인문사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자질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lyj@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