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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직업병, 나와 관련 없는 일? 함께 공감하는 것이 중요”

임상혁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이연제 기자 입력 : 2018-04-23 12:01  | 수정 : 2018-04-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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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이연제 기자] 그간 대중들에게 있어 ‘직업병’은 특정 직업을 갖는 이에게만 생겨나는 것이라고 여겨 졌다. 이를 테면 소방관의 소음성 난청이나 불면증, 반도체 공장의 유해한 화학·중독 물질로 인한 혈액암, 백혈병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특수 직종이 아닌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신종 직업병이라 불리는 거북목 증후군, 손목터널 증후군 같은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률이 증가함에 따라 일반 직업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헬스앤라 이프가 임상혁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을 만나 ‘직업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의사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일반인들에게 직업환경의학은 다소 어려운 분야이다. 이는 의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업환경의학에 대한 지식을 갖기는 쉽지 않아 수련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예방의학과 임상의학의 중간 형태를 취한 애매한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직업환경의학과 지원을 결정하기까지 무수한 고민이 뒤따른다.

 

임 과장에게 직업환경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어떠한 계기나 사명의식을 가지지 않는 이상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과가 아니긴 해요. 대학교 3학년 때직업병의 시초가 된 원진레이온 사건이 발생했어요. 당시 원진레이온 공장의 환자분들을 도와드리게 됐는데, 의사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어요. 이후 자연스럽게 직업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직업환경의학과를 선택하게 됐어요.” 
 

 

임상혁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사진=헬스앤라이프 

 

“최초로 감정노동 문제 제기, 해결책 찾아야”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1999년 이황화탄소에 의한 중독증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원진레이온 사건을 계기로 설립됐다. 임 과장은 200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임 연구원으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그의 역할이 궁금했다.

 

“의사니까 기본적으로 직업병 환자를 치료하고 진단해요. 하지만 주로 연구에 집중합니다. 보통 병이라고 하면 치료와 진단이 중요한데, 저희는 예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정책적으로 어떤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고 있어요.” 

 

임 과장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동안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일들을 추진하고 이뤄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일까.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고 눈에 띄는 결과물이기도 한 일은 마트에 가면 노동자들을 위한 의자가 놓여 있다는 거에요.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업장에 의자가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동의를 얻어냈죠. 그리고 최근에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감정노동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으로 문제 제기했던 사람이 저에요.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죠.” 
 

 

“직업병은 우리의 문제, 함께 공감하는 사회여야” 

 

과거에는 직업병하면 특수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에게서만 발생하는 병으로 인식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관심 부족은 해당 분야 사람들로 국한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병은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요. 그간 직업병은 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생기는 진폐증,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혈액암, 백혈병처럼 어떤 물질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정의돼 왔죠. 또 실제로 과거에 직업병은 대부분 납, 수은 등 중독에 의해 발생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나는 유해물질에 노출된 환경에 놓여있지 않으니까 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어버린 거죠. 하지만 직업병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라서 결국 우리의 문제가 되거든요. 그 인식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는 최근 들어 직업병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과거와 달리 노동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상승해서 직업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예가 최근 익산에서 현장실습 환경으로 인해 자살한 여고생 사건입니다. 사건 발생 이후 많은 시민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실습환경 개선을 위해 힘썼어요. 사실상 우리나라 고교 현장실습생이 자살을 하거나 사고를 당한 일이 처음은 아니거든요. 다만 그 전에는 아주 소수의 인원이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달라요. 이제는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 혹은 내 자식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함께 공감하기 시작했어요.” 
 


“직업병, 기준은 모호하고 인정받기는 까다롭다” 
 

 

직업병은 발병 원인이 개인의 유전이나 습관으로 인한 것인지 노동 환경으로 인한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다.

 

“많은 연구를 토대로 정해놓은 직업병의 기준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산업재해의 인정 여부는 판사들이 판정하기 때문에 기준은 참고 사항일 뿐이에요. 그리고 사회적인 분위기라든지 나라별로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더 모호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벤젠은 혈액암을 유발하는 물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0ppm 벤젠 노출이 돼야 직업병을 인정하지만 독일은 6ppm이 기준입니다.”

 

현재 직업병은 대부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렵다. 임 과장은 의사들의 까다로운 심사가 주된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의사들이 의학적 잣대를 가지고 직업병을 심사하기 때문에 그래요. 예를 들면 과도한 전자파로 인해 혈액암이 생겼어요. 하지만 연구에 의해 발표된 논문 10편중 7편이 전자파는 혈액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유전적으로는 물론이고 이 사람이 혈액암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의 노출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혈액암에 걸렸다면 전자파로 인정해줘요.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거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 실제로 도움된다” 
 

 

최근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시간 단축,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도입하는 등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현장 도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임 과장은 정부의 이같은 노력 들은 분명히 노동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매년 직원들의 과로사로 문제가 됐던 현대자동차에서는 근무시간 단축 법안이 생긴 후에 과로사가 사라지고 직원들의 삶의 질도 향상됐어요. 직원들의 가족들까지도 생활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에게 앞으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법이나 제도가 무엇인지 물었다.

 

“만들어지길 희망하는 두 가지 제도가 있어요. 현재 직업병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여러 가지 건강과 관련된 요인들이 더 많이 인정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즐겁게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합니다. 외국은 단순 반복 작업을 할 땐 반드시 쉬는 시간을 주거 든요. 이런 사소한 즐거움부터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제도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습 니다.” 
 

 

“노동환경 개선은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 
 

 

직업의학이 전문과로 생길만큼 노동환경과 건강의 연관성은 상당하다. 그렇다면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노동환 경의 개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환경은 선천적인 요인들과 달리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겁니다. 건강이 나빠졌는데, 개인의 문제가 80%있고 노동환경의 문제가 20% 있다고 가정해요. 그때 나의 문제는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선천 적으로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노동환경은 사회, 기업 등 다 같이 함께 노력함으로써 충분히 개선될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거죠.”

 

신종 직업병으로 고생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직업병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한 조언을 부탁했다. “사실상 건강하게 일하려면 좋은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을 조성해줄 있는 기업 경영진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본인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기업에서 환경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조치사항에 대해 협조 해야 하고, 뻔한 이야기겠지만 금연이나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운동 그리고 자신의 업무에 만족해하고 즐거움을 갖는 것이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상혁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사진=헬스앤라이프

 

 

 

 ty0309@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