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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승봉 아시아수면학회장 “의사가 물어보기만 해도 살릴 수 있다”

수면장애, 경련질환 · 우울 · 치매 · 자살까지 연결

김세영 기자ksy1236@healthi.kr 입력 : 2018-05-30 10:42  | 수정 : 2018-05-3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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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모르고 전문가는 부족해 진단율 낮아

수면전문가 양성 · 의대 수면의학 교육 필요

 

[헬스앤라이프 김세영 기자] 흔히 사람의 뇌를 광활한 우주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 표현을 빌리자면 홍승봉 아시아수면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우주탐험가다. 그 중 우주 속 셀 수 없이 많은 별과 같은 뇌신경을 다루고 있으니 그의 치료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뇌전증부터 경련성 질환, 수면장애(불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주간졸림 증, 수면중이상행동, 하지불안증후군), 실신, 일과성 의식장애, 심리 분야인 자살문제까지 아우른다.

 

새로운 길 개척하는 ‘우주탐험가’

 

지난 3월 그는 아시아수면학회장에 취임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학회는 2015년 3월 홍 회장을 중심으로 아시아 16개국 대표 들이 모여 설립했다.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오만, 이스라엘 등 참여국 인구 수만 35억 명으로 세계 지역별 학회 중 가장 큰 규모다. 아시아 각 나라의 수면 의학 수준, 수면장애 환자들의 역학, 치료 상황, 정부 지원 등의 정보를 교환할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수면 환경 개선 및 수면장애 치료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그는 최근 수면다원검사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용 양압기(대여료)에 대한 정부의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이끌어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지난 3월 아시아수면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임기 내 학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수면다원검사가 우리나라에서 보장성이 강화된다는 것은 금전적 지원이 첫째고, 둘째로 의료 행위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와 비례해 꼭 따라가야 하는 것이 치료의 질(質) 관리이다.

 

급여를 하면 많은 환자들이 검사를 받게 되는데 그만큼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것을 전문 학회에서 맡아서 한다. 학회에서 수면다원검사를 제대로 시행하고 판독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어둠의 침입자’라고 불린다. 의식하지 못한 상태 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근 경색, 치매 발생률을 높인다.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면 중증 성인병도 예방할 수 있는 셈이다. 경도인지장애 발생률도 5~10년 정도 늦출 수 있고, 졸음운전사고도 막을 수 있다. 양압기 진단은 일종의 치료기 때문에 검사를 제대로 못 하면 환자에게 피해가 간다.

 

아직도 수면장애나 수면의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면장애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교육·홍보해야 한다. 환자가 수면전문가를 만나기도 쉬워야 한다. 전문가를 양성해 더 많은 의사들이 수면장애를 진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수면무호흡증과 기면증의 수면다원검사와 수면무호흡증의 양압기 치료는 보험급여가 되지만 불면증 등 다른 수면장애의 수면다원검사는 급여대상이 아니다. 앞으로 다른 수면장애 검사도 급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향후 아시아수면학회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개별 병원 단위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 병원이나 나라가 함께 공동으로 연구할 기회는 아직 별로 없다. 아시아수면학회를 통해 여러 나라의 자료를 공동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야 한다. 35억 명에 이르는 참여국 인구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는 유럽이나 미국 등과 인종, 생활습관, 문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고 수면시간에도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 인구에 대한 수면장애 특성을 새로 연구하고 거기에 맞는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해야 한다.

 

Q 진료과목이 수면장애 종류(80가지)만 봐도 대단히 많다. 기준이 있나?

진단 기준은 모두 다르다. 예를 들면 하지불안증후군은 혈액 순환장애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불안증후군이 디스크 등으로 잘못 진단돼 실제 수술까지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관련 교육만 받으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만히 있을 때만 다리가 불편하고 저린 증상이 있다. 하지만 걸으면 없어진다. 디스크는 그렇지 않다. 그 포인트를 알아야 한다. 일부 의사들이 진단을 못하는 이유는 수면 의학을 학생 때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해 그렇다. 그만큼 (수면의학은) 늦게 소개됐다. 2000년대까지 일부 대학 에서만 강의했다. 고혈압, 당뇨병 강의를 안 하는 의과대학은 없다. 수면장애가 이들보다 더 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식이 낮은 이유는 수면장애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솔선수범’ 행동하는 의사

2008년 3월 홍 회장은 EBS ‘뇌전증’ 명의로 선정된 바 있다. 그만큼 안으로 연구 분야에 몰두한 결과 의사들의 의사로 불렸다. 그러면서도 밖으로 정책 현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개선해야 할 점을 이야기할 때마다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는 대한뇌전증학회, 범의료자살예방연구회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지난 1월 개편된 정부의 인지행동치료 자격 제한에 반대 의견을 내는가 하면 격무에 시달리는 신경과 전공의 정원 확대, 뇌전증 진단 장비 확충, 항우울제 처방규제 완화까지 정부 정책에 대한 고견을 제시하며 하나씩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심각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산정 특례(보험 수가의 10%만 납부)적용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월 4대 신경계 질환(치매·뇌졸중·파킨슨병·뇌전증)에 항우울제(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를 쓸 수 있게 규제를 완화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Q 활동 범위가 넓다. 다수의 방송 활동뿐 아니라 맡은 직책도 많다. 왜 이렇게 쉬지 않고 활동하는가?

‘EBS 명의’는 신경과 의사들 수백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투표로 선정됐다고 한다. ‘가족이 아프면 누구에게 보내겠는가’가 선정 기준이었다더라. 전 세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하고 학회도 이끌어야 하는데 (웃음) 한마디로 옹립됐다. 아시아수면학회 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울이나 자살 관련 학회는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설립했다. 내 환자가 우울증이 있고 자살 위험이 높은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자연스럽게 바빠졌다. 토론도 자주 하고 국회의원들과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Q 곳곳에서 소신 있는 고견이 눈에 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이유가 있나?

의료 현장과 맞지 않거나 바뀌어야 할 고리타분한 제도들이 꽤있다.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의 자격 확대는 정말 필요하다. 우울증 치료는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1년 내 재발률이 50%가 넘어 인지행동 치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환자가 여러 부정적 상황에 놓일 때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자살의 가장 위험한 원인이 우울증 인데 이때 일종의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이 바로 인지행동치료다.

 

환자의 생각을 바꿔주는 시도다. 우울증이 생기면 자살확률이 일반인에 20배, 여기에 불면증을 겸하면 30배다. 약을 쓰면 효과가 있지만, 평생 먹을 순 없다. 우울증 진행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인지 행동치료에서 나온다.

 

기본이 되는 항우울제 사용 완화도 그렇다. 의사들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 항우울제 사용률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40명 정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우울증 환자의 90% 이상은 치료를 못 받는다. 그래서 나섰다.

 

항우울제는 4대 신경계 질환에 대해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질환 에는 여전히 못 쓴다. 항우울제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임에도 우리나라는 2002년 3월 사용을 갑자기 제한했다. 당시 약이 국내로 많이 들어와 사용량이 증가하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재를 한 것이다. 이후 복사약이 나와 약값이 4분의 1로 떨어졌지 만, 당시 만든 잘못된 규정이 아직 남아있다. 비정신과 의사들은 그 약을 60일 이상 처방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정신과 의사 수는 전체 3%밖에 되질 않는데 나머지 97% 의사들이 안전한 항우울제를 못쓰니까 우울증을 진단도 치료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전공의 정원 확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부에서 과거 5년 동안 계속 전공의를 줄였다. 이유는 졸업생들보다 전공의 TO가 더 많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4대 신경계 질환의 80% 이상은 노인이고, 노인 인구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환자가 늘어나는 과는 줄이면 안 된다.

 

일본, 미국, 인도는 전공의 수가 병원당 5~10명인데 우리는 1명 수준이다. 응급실에 신경과 전공의가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다. 그럼에도 의사 인력을 못 뽑게 막아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젊은 의사 한 명은 수 천 명의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

 

뇌전증의 경우 여전히 치료 장비가 부족하다.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일본이나 중국에 가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치매보다 더 급하다. 쓰러져 죽어 가는 환자들이 많다. 정부도 전문가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지원금은 모두 우리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만큼 제대로 써야 한다. 더 급한 곳이 있다면 거기부터 손을 써야 한다.
 

홍승봉 아시아수면학회장은 "응급실에 신경과 전공의가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환자를 위한 원칙은 더욱 ‘철저히’

 

환자의 뇌를 관리하다 보니 정작 자신은 잠잘 틈이 없다. 하지만 전날 무슨 일을 했든 간에 기상 시간은 꼭 지킨다. 환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바쁜 와중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원칙을 세우고 반드시 지킨다. 환자를 위한 의료 환경 보호와 개선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Q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스스로의 수면 상태를 진단한다면?

안타깝게도 충분한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개 시간에 쫓기고 긴장을 풀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늦게 자도 일어나는 시간은 항상 6시로 일정하다. 생체주기가 그렇게 돼있다. 스스로에게도 좋고, 추가적인 수면장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Q 환자를 대할 때 특별한 원칙 또는 철학이 있나?

가능한 하루에 몇 환자들에게만 집중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다. 이때 문답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재진 때 시간을 추가로 내기 어렵다. 초진 때 환자에 대해 충분히 파악해야 하므로 특히 최선을 다한다.

 

모든 환자들에게 반드시 두 가지 질문을 한다. ‘최근 2주 동안에 자주 우울했는가?’와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가 그것이다. 각각 우울감과 자살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인데 이를 통해 우울증 환자들을 상당수 찾아낼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찾아 제때 예방했다. 단순한 질문이지만, 그만큼 전문분야 상관없이 모든 의사들이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신체 질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우울증 빈도와 자살 위험률이 높다. 자살하는 사람의 70~80%는 죽기 몇 개월 전 병원을 찾는다.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가기보다 그로 인한 신체 증상(두통, 어지럼증, 소화불량, 허리통증 등)으로 병원에 간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 대부분은 우울증에 관해 묻지 않는다. 물어 보기만 하면 살릴 수 있다.

 

Q 향후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우선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정도 관리를 잘하고 수면장애를 널리 알려서 제때 진단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면의학을 발전 시킬 수 있도록 의료진에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임상연구를 활성화하려 한다. 뇌전증은 가장 편견이 심하다. 차별을 해소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뇌전증은 유전, 감염, 정신질환이 아니다. 70%는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한다. 뇌전증이라는 이유로 직장, 인간관계에서 불편을 겪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승봉 아시아수면학회 회장은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정도 관리를 잘하고 수면장애를 널리 알려서 제때 진단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헬스앤라이프

 

TIP. 홍승봉 아시아수면학회장이 전하는 수면위생 수칙 12가지

1. 성인의 경우 최소 7시간 잔다.

2.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3. 커피는 오후 2시 이후로 먹지 않는다.

4. 아침에 햇볕을 쬐고, 저녁 전까지 하루 한 시간 운동한다.

5. 밤늦게 머리를 많이 쓰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6. 낮에 일들을 글로 쓰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7. 자기 30분 전 온수욕으로 긴장을 푼다.

8. 인공광 노출을 최대한 피하고 스마트폰은 잠자리 곁에 두지 않는다.

9. 허기가 져 못 잔다면 따뜻한 우유가 좋다.

10. 수면제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11. 불면증일수록 적게 누워있어야 잠에 더 빨리 든다.

12. 베드 파트너(bed-partner)를 통해 이상행동 여부를 확인한다.


ksy1236@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