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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국내 최초 <유럽간학회지> 종설논문 초청 백순구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

송보미 기자 입력 : 2018-06-11 11:14  | 수정 : 2018-06-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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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송보미 기자]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스승으로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을 거역하고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죄로, 바위에 쇠사슬로 묶인 후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독수리가 아무리 쪼아도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어김없이 밤마다 재생돼 다음날 다시 쪼인다. 신화에서 묘사된 것 처럼 간은 탁월한 재생능력이 있다. 실제 간염바이러스로 인한 간 경변증은 간염치료제 개발로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하지만, 진행성 간 경변증 등은 재생력이 강한 간 일지라도 이식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년간 줄곧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에 매진한 의학자가 있다. 백순구 연세대 원주의대 의무부학장 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 경변증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의 유용성을 연구해온 업적을 담은 을 전 세계 의료인들에게 선보였다.
 

 

전문가 부재 상황에서 한 분야 꾸준히 좇은 결과

<유럽간학회지 (Journal of Hepatology)>는 <미국간학회지(Hepatology)>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양대 간 학회지다. 두 학회지 모두 영향력지수(Impact factor)가 13~14에 달하며 인용 가치가 높은 논문들이 주로 실린다. 백순구 교수는 간 경변증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의 유용성을 연구해온 업적으로 종설논문에 초청된 국내 최초의 의사다. 

 

Q   유럽간학회지 (Journal of Hepatology) 로부터 지난 10년간 발표된 기초 및 임상 연구결과들과 축적된 경험을 인정받아 초청 집필했다

A   과학자들은 단발적인 것을 싫어한다. 연구에도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있어야 신뢰하는 편이다. 지난 10년간 세포 키우는 단계부터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동물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지난 2013년 임상실험 1상을 최초로 성공했고, 다기관 연구로 2상 연구도 끝냈다(해당결과는 미국간학회지 2016년판에 게재됐다). 이 부분의 전문가가 전 세계적으로 부재한 상황에서 이렇게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며 증명해 낸 결과를 보고 초청한 것 같다. 일종의 미충족 요구(unmet need)에 집중한 것이다. 

 

Q   미충족 요구(unmet need)라는 말을 설명해달라. 

A    줄기세포로 굳어가는 간을 치료하는 연구가 별로 없다. 어쩌면 B형간염이나 C형간염 관련 연구라면 굳이 한국 사람을 초청하지 않았을 것 같다. 줄기세포 관련 간 치료는 굳어가는 간 치료에 꼭 필요한데 해결되지 않은 미충족 요구의 후보주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치료 방법이 보다 용이하다. 말기 간경화 환자들의 경우 이식수술과 면역 억제제 투여 등이 있는데 이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반면 줄기세포치료는 간 이식을 대체할 수 없더라도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버는 치료가 될 수 있다. 비용도 이식수술 등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데 반복투여도 가능하다.

 

백순구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
사진=헬스앤라이프

 

Q    자가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몇 가지 핵심전략들에 대한 논의가 게재됐다. 

A   줄기세포 동물실험을 진행 할 때는 단순줄기세포(Simple stem cell)를 실험동물에게 넣어주는데, 이때 꼬리표부착(tagging)을 통해 세포 안에 형광물질을 주입해 세포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쥐에게 실험 해보니 생존기간이 짧더라. 1~2주는 굉장히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줄기세포 스스로 산화해서 간세포로 분화도 한다. 줄기세포가 굉장히 좋은 화학물질을 바깥으로 내보내면서 죽어가는 세포는 정리 시키고, 살아날 세포들에게 영양분을 주면서 산화 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우리도 실험을 통해서 밝혔고, 다른 연구 결과들도 있다. 

 

Q    줄기세포가 살아 있는 기간을 늘리고, 적응 능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인가. 

A    맞다. 우선 전 세계 과학자들이 줄기세포 주입 후 세포의 수명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또 실험실에서는 줄기세포가 주입될 실제 인체 환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실험실에서는 줄기세포 효과를 확인해도 실제 인체 내에서 동일한 효과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접목(engraft)과 유전자조작을 통해 적응 능력을 높인다. 인체 내 주입된 줄기세포가 굳은 간을 풀어주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섬유화를 녹일 수 있는 물질을 줄기세포 안에 투입해 유전자 치료를 하기도 한다. 줄기세포에 친화적 물질을 붙여서 기능강화세포를 만들고 있다. 사실 이런 일들을 나 뿐만 아니라 전세계학자들이 진행중이다.

 

Q    앞으로의 연구 과제와 방향이 궁금하다. 

A    다기관이중맹검(double blind)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 그 다음이 효능 및 효과의 확보이다. 현재 2상까지 끝냈으니 안전성과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입증했지만, 3상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완벽한 p-값(P value)을 보일 수 있게 할 생각이다. 또 바이오마커(Bio-marker)를 개발해야 된다. 현재 진행된 연구에서는 간 조직 검사를 통해 조직학적으로 호전된 것을 확인했지만 연구와 치료는 다르다. 정말 줄기세포치료에 의해 증상이 호전
된 것인지 알기 위해 바이오마커 개발이 중요하다.

 

 

 

Q    해당 논문을 완성하는 데 어떤 도움을 받았나.

A    연구 결과는 나 혼자가 아닌 모두의 도움으로 인한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엄영우(원주기독병원 세포치료 및 조직공학센터) 교수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우리 소화기내과 교수들 김문영 교수, 강성희 조교수도 애써줘서 고맙다. 내 밑에서 석사와 박사 공부를 했던 장윤옥 연구교수의 조력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들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분야 불치병·난치병 치료초음파 보편화를 향해

 

백순구 교수는 소화기내과의 중에서도 간 전문가이며, 오랜 시간 한 분야에 천착한 의학자이자 의료인이다. 지난 2003년 연세대 원주의대 소화기내과 부교수로 부임해 1년만에 소화기내과 과장을 지냈고 2007년부터 소화기센터 소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는 대한간학회 간행이사, 학술이사를 맡았으며 2012년 대한임상초음파학회 인증의 이사를 거쳐 이 학회 학술위원장으로 있다. 

 

Q    소화기 내과 중에서도 간 전문가이다. 간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나? 

A    간은 굉장히 역동적인 장기(dynamic organ)다. 일반인들은 간경화나 간 경변이라고 하면 “굳은 간은 끝났다, 못 고친다”라는 생각부터 하기 쉽다. 알고 보면 간은 굉장한 생명력과 재생력을 갖고 있다. 실제 해리슨내과학(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에도 간경화를 비가역적(irreversible disease)으로 명시했다가 2009년 부터는 가역적일 수 있다고 정의가 바뀌었다. 섬유화가 일어나고 또 섬유화를 녹이고 하는 과정들이 간 안에서 화학공장처럼 역동적으로 일어난다.

 

Q   4차 산업혁명이 의료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간 연구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A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을 위한 빅 데이터 활용과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의 시도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간 연구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국내 환자 3분의 2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사망하지만 예전에 비해선 감소된 것이다. 반면 식습관 서양화 등으로 인해 대사증후군이 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지방간이다. 지방간을 앓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사회적 문제와 현상 등에 맞물려 관심과 연구, 그에 맞는 지론이 함께 변화(shifting) 했으면 한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간 치료에 새로운 시장으로 북한 의료를 언급했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A    공식적 통계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 전체 인구(약 2561만여 명)의 30%가 B형간염을 앓고 있다고 한다. 백신과 치료제도 제대로 보급이 안돼 있다. 통일이 되면 결핵 B형간염이 결핵과 함께 문제가 큰 질병으로 꼽힌다. 전염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간질환 및 줄기세포치료 관련 정부의 어떤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A    줄기세포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한국은 미국보다 규제가 심하다. 2004년 황우석 사태 이후 법으로 배아줄기세포 금지했고, 규제가 더 강화됐다. 임상연구까지 가는 과정은 전 세계에서 규제가 가장 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얼마 전 조선일보 기사 (“오사카 줄기세포 병원가보니...환자 90%가 한국인” 5월 5일자)를 보니 한국 사람들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싶어서 일본까지 건너가 수 천 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치르고 온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배양 자체가 불법이다. 최소한 일본 정도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부 유출일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이 있을 수 없다. 

 

※ 일본은 줄기세포를 배양 증폭하는 과정의 안전성만 철저히 검증하고, 자기세포를 몸에 다시 주입 받는 시술을 의사가 할 수 있다. 위험도와 난이도가 높은 배아줄기세포, 만능줄기세포 치료제만 중앙정부가 관여하고 자가지방유래줄기세포는 지역 재생의료위원회에서 검증 후 승인하고 있다. 또한 2015년 재생의료법을 도입하면서 안전성을 통과한 임상시험 치료제가 조기에 난치병 환자에게 쓰일 수 있도록 이른바 '선 승인 후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환자 한 명 한 명이 아이디어의 원천. 
실험실에 돌아가 미충족요구 해결을 고민하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온다”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를 위해 
우직하게 노력한 의학자로 기억되고 싶다”

 

 

Q    대한간학회 간행이사, 학술이사를 지냈다. 대한간학회에서 어떤 일에 주력했는가?

A    지난 2012년도부터 2년 정도 대한간학회지 간행 총괄이사로 일하며 국제화에 집중했다. 우선 대한간학회지(한글)였던 제호를 로 바꿨다. 이 제호는 세계 유일하다. 이후 학술이사를 바로 맡게 됐다. 세 차례 정도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한국의 수준 높은 간 연구를 해외 의학계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 

 

Q    지금은 대한임상초음파학회 학술위원장으로 있다. 

A    ‘간’ 하는 의사들에게 초음파는 필수다. 때문에 대한임상초음파학회에서도 오래 활동했다. 요즘은 보험이 적용돼 급여화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초음파는 한마디로 의사의 청진기다. 요즘 심장내과의사들을 제외하고는 청진기를 들고 다니는 의사들을 보기 어렵다. 핸드폰 크기의 초음파도 있는데 나도 외래나 회진 때 실제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의사들이 청진기를 갖고 다니는 게 아니라 모바일 초음파를 갖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초음파는 의사의 청진기’라는 게 이해가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초음파를 활용하면 왠만한 주요 결정(Primary decision)은 내릴 수 있다. 특히 내가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초음파 기기의 보급화가 아니라 지식과 테크닉 그리고 기술의 보편화다. 의사트레이닝 과정에 초음파를 제대로 배우는 과가 별로 없다. 작년부터 내과 트레이닝 과정에 포함 됐지만, 꾸준히 초음파 보편화를 추진해 국민건강을 지켜야 한다. 청진기를 배우지 않고 드에 나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우리 학회가 회원이 5000명이 넘는데, 관련 교육이나 행사가 한번 열리면 1000명 이상이 참여한다. 모든 의사들이 초음파를 활용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보편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마지막으로 어떤 의학자, 의료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A    꼭 필요한데 아직도 해결책이 없는 미충족 요구(unmet need)의 아이디어와 발견은 실험실이 아니라 환자를 보는 진료실에서 나온다. 환자를 통해 알게 된 아이디어와 미충족 요구 소스를 얻고 실험실에 돌아가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또 환자에게 돌아가 시도해보고 다시 실험실로 돌아와 문제가 뭐였는지 고민하고 이런 게 진정한 중개연구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모든 환자 한명 한명이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추후 환자나 실험실에서 단편적으로 끝내지 않고, 어떻게든 접목시켜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를 위해 우직하게 오래 노력한 의학자로 기억되고 싶다.

 

사진=헬스앤라이프

bmb@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