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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대표의학회(10)대한중환자의학회] '치료개념도 없던 불모지 이젠 전문의 양성학회로'

김성화 기자 입력 : 2018-06-14 08:22  | 수정 : 2018-06-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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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김성화 기자] 중환자실은 생사의 경계에 서있는 의료 최전선이다. 오늘도 수많은 의료진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 치료의 개념조차 없던 1980년 창립돼 우리나라 중환자의학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치료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올해로 38주년을 맞이하는 대한중환자의학회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학회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중환자의학의 불모지에서 탄생한 ‘구급의학회’

198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서태평양 중환자의학회(Western Pacific Association of Critical Medicine, WPACCM) 창립 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중환자 치료 의학의 세계 학회가 이미 세차례 개최된 바 있고 세계 각 지역마다 지역학회의 연합회가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서태평양 지역학회 연합도 필요하다는 논의가 벌어졌다. 당시 우리나라는 중환자 치료의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때였다.

 

총회에 참석한 정운혁 가톨릭의대 교수, 김완식 한양의대 교수, 이학중 국립의료원 교수 등은 중환자 의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학회 결성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고, 그 해 12월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빌딩에서 발기인 30여 명이 모여 ‘대한구급의료학회’를 결성했다. 

 

초대회장은 김완식 교수가, 이사장은 이학중 교수가 맡았다. 창립 이듬해인 1981년 11월 국립의료원 강당에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국내 중환자의학의 첫 발을 내디뎠다. 

 

학회는 심폐소생술 지침서 발간을 설립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당시에는 우리말로 된 심폐소생술 지침서가 없었다. 표준화가 안돼 각 과마다 원칙을 달리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심폐소생술에 직접 관여하는 간호사, 구급요원에 대한 표준 지침 또한 미룰 수 없는 일이었다. 16명의 학회 회원들은 팔을 걷어부쳤다. 3년 간의 치밀한 집필작업과 연구 끝에 1983년 10월 제3회 학술대회에서 ‘구급소생법 지침’을 발간한다. 이후 1996년 학회명을 ‘대한구급의학회’에서 ‘대한중환자의학회’로 바꾸며 중환자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

 

 

세계중환자의학회 개최로 국제 학회 거듭나

2000년대에 이르러 대한중환자의학회는 국제 학회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2004년 13차 서태평양 중환자의학회 서울 개최를 시작으로 2006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중환자의학회 의장국으로서 아시아 지역의 중환자의학을 주도한다. 2009년에는 제10차 세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 총회에서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이사로 선출되며 16개 이사국 중 하나가 됐다. 이후 2015년 제12차 세계중환자의학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 중환자의학의 우수성을 세계로부터 인정 받기에 이르렀다. 학회는 국제 학술 교류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2001년부터 매년 한일중환자의학회 개최해 지난 19년 동안 중환자의학의 상호 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미국 중환자의학회와 전문의 교육을 위한 협력관계를 체결하며 교육 학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학회는 창립 6년만인 1986년 대한구급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Critical Care Medicine)를 창간해 33년간 꾸준히 발간을 이어가고 있다. 적극적인 연구와 학술활동으로 2010년부터는 연 2회 발간 횟수를 4회로 늘리고 올해 발간되는 33호부터는 학회지의 명칭을 ACC(Acute and Critical Care)로 바꾸는 등 국제 학회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제도’로 중환자실 진료의 새로운 기준 제시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의학의 발전과 중환자 치료환경 개선 방안으로 중환자의학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중환자실 사망률 감소와 입실 치유기간의 단축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해외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공공의료체계를 갖춘 선진국은 이미 중환자실 전문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환자의학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전무한 실정이었다. 

 

학회는 10여 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제도의 학문적 근거를 마련하고 의료계 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2008년 7개 유관학회(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의 동의와 대한의학회의 최종 인준을 받아 중환자의학세부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이듬해인 2009년 1040명의 제1기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를 양성하며 중환자실 진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학회는 2008년 중환자실 전담의 가산수가제와 간호수가제를 도입하고 2014년 상급종합병원 중환 인력 요건을 강화해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데 기여했다.

 

'패혈증’ 국가주도 사업 필요 … 정부 정책 반영 촉구 

2013년 기준 우리나라 패혈증 환자 수는 3만4000여명으로 결핵환자 발생 수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패혈증은 1만2000여명으로 같은 기간 결핵사망자 2230명 대비 5.4배에 이른다. 패혈증 자체 사망률만 봐도 37.8%에 달한다. 

 

패혈증은 증상이 나타나고 6시간 이내로 혈압과 산소포화도 등 각종 지표를 정상화 시켜야지만 환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 중환자실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러한 패혈증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패혈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연구와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학회는 매년 9월 13일 세계 패혈증의 날에 심포지엄을 열고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예방과 치료를 위한 최신 연구 정보를 나누고 논의를 펼친다. 지난 4월 27일 개최한 아시아 중환자 치료 컨퍼런스에서 한국패혈증연대를 출범시키는 등 패혈증에 대한 이해 증진과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패혈증 사망률을 낮춘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국가주도 패혈증 등록사업을 비롯 중환자실 인력 보강, 중환자실 등급제 등 정부 정책 반영을 위해 보건당국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ksh2@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