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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대표의학회(11)대한체질인류학회] 정민석 신임 회장 "체질인류학, 노벨상·연구비 대신 한우물파기로 임상에 기여”

'서양인 몸'으로 교육 받아 '한국인 몸' 치료하는 비현실 바꾼다

윤지은 기자yje00@healthi.kr 입력 : 2018-07-09 10:21  | 수정 : 2018-07-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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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윤지은 기자] 해부학 교수가 해부학을 알기 쉽게, 이해하기 편하게, 호기심을 자아 내는 만화를 그린다. 책도 펴냈고 온라인으로도 누구나 접근해 다운로드 받아보게 했다. 그는 정민석 대한체질인류학회 회장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해부학교실 구석의 자그마한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우리에게 그는 말했다.

 

“저는 여기 신발 벗고 들어와서 행복하거든요. 일하다가 바닥에 눕기도 하구요. 근데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겐 되게 미안해요.” 

 

정민석 대한체질인류학회 신임 회장을 아주대학교 해부학교실 내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사진=헬스앤라이프 


 

대한체질인류학회 신임 회장으로서 학회의 청사진을 그려봐달라고 했다.

“임상학회와는 달리 기초학회는 당장 돈벌 수 있는 학회가 아니에요. 다른 말로 당장 환자한테 혜택을 줄 수 있는 학회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기초과학이거든요. 저희는 기초학회의 특징이 매우 두드러지는 학회입니다. 앞으로도 그 특징을 계속 지켜 나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하나 더 말하자면 기초과학에선 노벨상을 노리는 학회가 있고 연구비를 노리는 학회가 있어요 그런데 대한체질인류학회는 노벨상하고도 관계가 없고 연구비와도 무관합니다. 저희들은 순수한 기초의학자답게 학문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또 한우물을 팝니다. 한우물 판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고 봐요. 진짜 연구자고 학자입니다.” 
 


순수학문을 하는 체질인류학회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물었다.

“한국인 특성의 기본인 신체 특성을 밝히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뿐만 아니라 형태학으로도 밝혀낼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의 특성을 안다는 건 다른 나라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를 잘 알면 외국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일단 생김새하고 쓰임새죠. 그러니까 해부학이 하는 일이 사람 몸의 생김새를 밝히는 것이거든요. 생김새를 연구하다 보면 쓰임새를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우리 의사들은 백인 환자가 아니라 한국 환자를 봅니다. 실제로 임상의사들이 교과서하고 실제가 다르다고 얘기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특징 자료를 만들어서 의사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임상에 기여하는 것이겠지요. 당장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의사들이 자료를 요구합니다. 체질인류학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이 임상해부학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한체질인류학회의 연구 흐름에 대해 설명해달라 했다.

“새로운 진단이나 치료방법이 나오면 한국 사람에 대한 자료를 만듭니다. 단순히 우리 의료진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자국 연구결과와 비교 분석을 하지요. 국제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가져요. 결국 중요한 건 임상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겁니다. 기초연구를 임상에 적용하는 게 사실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일단은 동물하고 사람하고 달라요. 임상실험을 해야 되는데 어려운 과정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항암제 개발해서 임상에서 쓸 확률은 1%도 안된답니다. 그런데 임상 해부학은 그런 과정이 필요없어요. 사람(시신)을 대상으로 직접 데이터를 얻거든 요. 따라서 임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게 저희 학문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정민석 대한체질인류학회 신임 회장은 한국인에 대한 최적의 치료를 위해 임상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학회 연구자들이 한국인의 고유한 체질을 연구분석하는 데 집중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최근 학문적 이슈는 무엇일까.

“임상에서 3차원 영상을 많이 다룹니다. CT, MRI를 찍으면 3차원 영상으로 만들고 3차원 프린팅도 하잖아요. 우리의 큰 강점은 시신을 다룬다는 건데요. 시신을 연속 절단을 해요. 그러면 절단면 영상이 만들어집니다. 절단면 영상은 CT, MRI 보다 훨씬 정확하게 확인됩니다. CT, MRI 는 흑백인데 절단면 영상은 컬러거든요. 절단면 영상을 컴퓨터에서 쌓아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요. 그러면 CT, MRI에서 볼 수 없는 작은 구조물도 3차원 영상으로 만들 수가 있는 겁니다.” 
 

 

체질인류학이 우리 현실과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한국사람한테 들어맞는 제품을 만드는 거죠. 이를 테면 자동차에 앉은 다음에 좌석을 조절하잖아요. 그거 한국사람 체형이 아닌 것 같아요. 서양인한테 맞춘 거 같습니다. 한국사람의 체형을 연구해 이를 적용하는 것이죠. 신발도 마찬가지 입니다. 새 신발을 사면 폭이 좁아 아프고 까지고 하지요. 그게 우리 한국사람의 발에 맞춘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이건 신체 계측인데 해부학이 왜 필요하냐고 그럴겁니다. 속을 알아야 겉을 더 잘 풀 수가 있습니다. 해부학은 속에 뭐가 있는지를 잘 알고 필요하면 뼈나 근육을 함께 조사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희 학회의 가장 큰 장점이 사실은 시신을 다룰 수 있다는 거예요. 기증자와 유가족은 학문연구와 임상현장에 큰 기여를 하는 거지요. 저희가 정말 소중하게 모시고 진심으로 예의를 갖춥니다.” 
 


체질인류학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른다. 사회적 관심 끌어낼 방안이 있을까.

“제 대답은 스토리 텔링이에요. 사실은 제가 하는 일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왜 우리 학문에 관심을 안 가져주느냐? 그런 건 못난 소리예요. 관심 갖게 만들어야죠. 관심 갖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그 학문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게 소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체질인류학이 어떤 학문인지 왜 필요한지 등을 재미있게 이야기로 만들어 막 퍼트려야 합니다.” 
 

 

해부학 만화를 시작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겠다 싶었다.

“맞아요. 해부학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사회적인 관심을 갖게 하려고 애를 쓴 겁니다. 우리 학자들은 논문을 잘 쓰거든요. 논문 쓰는 기계들이예요. 밥 먹고 쓰는게 논문이니까. 중요한 부분이지요. 하지만 좀 말랑말랑한(쉽고 편하게 읽는) 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논문 쓰는 사람이 수필 쓰는 건 되게 쉬워요. 저희 회원들한테 하는 얘기인데 말랑 말랑한 글을 쓰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자꾸 신문에도 내고 잡지에도 투고하고 재능있으면 방송에도 나가고 강연도 하고 자꾸 그래야 된다고 봅니다. 영화로도 만들고 말이죠. 왜 해부학을 영화나 드라마로 안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해부학 만화로 유명하다.

“해부학은 형태학이에요. 따라서 모든 지식을 그림으로 풀이할 수 있습 니다. 그리고 저는 칠판 강의를 좋아해요. 사실 저는 그림 재주는 없거든요. 보면 알겠지만 단순한 그림을 그려요. 그거를 몇십년 동안 했어요. 그런데 단순한 그림이 정말 만화같은 거예요. 여기다가 재미있게 말을 잘만 집어넣으면 만화를 그릴 수 있겠구나. 그래서 그리게 됐습니다. 제가 어릴 때 별명이 오락부장이었어요. 재미있는 말을 넣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아요.” 
 


교육자료를 모두 개인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완전공유다. 왜 그런건가.

“실제로 책도 내봤는데 사실 그거 돈벌기 어려워요. 그럴바엔 다 공개 하자 그렇게 됐습니다. 출판사는 싫어하겠지만... 저처럼 공짜로 퍼트리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그린 영문 해부학 만화를 외국 사람들이 보면 한국에 대해서 좋게 생각할 수 있지 않겠어요? 한국의 의학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덕분에 한류라고 할까? 한국에서 만든 의료기기를, 한국의 의료를 더 신뢰할 수 있게 된다고 봐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널리 알리는 건 전문가가 해야할 일 중 하나이고 또다른 하나는 어려운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yje00@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