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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김희남 고려의대 교수 “항생제는 양날의 검, 연구 지속돼야”

항생제로 인한 미생물 불균형 만성질환 기전 세계 최초 규명

송보미 기자 입력 : 2018-09-18 23:54  | 수정 : 2018-09-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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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남 고려대 의대 교수는 장내 미생물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이 항생제에 의해 초래된 불균형을 고착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송보미 기자]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에 자란 푸른 곰팡이 주변으로 포도상구균이 깨끗이 녹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의 발견이다. 수백 년 전만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20~30살에 불과했고 태어난 아이들은 많은 경우 10살 이전에 사망했다. 천연두, 홍역, 말라리아, 콜레라, 폐렴, 패혈증 등의 질병은 인류의 공포였다.

 

페니실린의 상용화와 문명의 발달로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항생제는 과다복용 및 남용 문제로 인류를 구원하던 위치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유럽질병통 제예방센터(ECDC)는 항생제 남용으로 박테리아 내성이 강해지면서 항생제 약효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초의 항생제 발견 100주년인 올해,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당뇨, 고혈압, 아토피 등의 만성질환 기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국내 연구자가 있다. 주인공은 김희남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다. 김 교수는 이미 지난 2015년 아토피를 유발 하는 장 세균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미생물 연구 의학자 김 교수는 “항생제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연구요약]
 
‘항생제 긴축 반응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상처’(Antibiotic Scars Left in the Gut Microbiota by Stringent Response)
 
항생제는 세균 감염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세균과 장내 유익균도 함께 죽인다. 이 때문에 고혈압, 당뇨,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만성질환에 취약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학계는 지난 10여 년 간 연구 끝에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만성질환의 중요한 근원이라는 사실은 밝혀냈으나 현상에 대한 기전은 밝혀내지 못했다. 김희남 교수는 장내 미생물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이 항생제에 의해 초래된 불균형을 고착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라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장내 미생물이 항생제에 노출되면 생존을 위한 긴축반응(stringent response) 을 일으키는데, 그 결과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들이 늘어나 장내 미생물 구성에 심각한 왜곡현상이 생길 수 있다. 또 항생제 내성 세균들은 대부분 돌연변이(mutation)를 보유하고 있고 항생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오래 유지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왜곡된 미생물 구성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번 연구에서 규명된 장내 미생물 긴축반응을 통해 지금까지 미생물의 구성 변화에만 국한돼 있었던 관련 연구 분야를 넓힐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만성질환간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 생리학적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Q  이번 연구는 에 초청됐다. 가장 많이 읽은 논문에도 상위 링크됐다.
 

A  기쁘게 생각한다. 이 저널은 미생물학의 최신 흐름을 담는 논문들을 출판하고 독자층이 매우 두텁다. 권위를 인정받는 저널 중하나다. 특이한 점은 논문을 투고할 수 있는 링크가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다. 저널 에디터와 먼저 소통을 한 후에 선별되면 저널에서 링크를 열어 주어 비로소 투고를 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현재까지 장내 미생물에 관한 연구의 역사가 약 10여년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내 연구 주제도 이제 시작 단계다. 현재의 장내 미생물 연구는 주로 장내 미생물 구성의 변화에 집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를 넘어 미생물들의 생리적 활동을 이해해야 비로소 장내 미생물들의 기능을 알 수 있다. 비슷한 구성에서도 매우 다른 기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에 깊은 상처를 일으키는 기전, 주요 세균,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인체의 요소들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이들로 인해 기인하는 만성질환을 극복하는 방법이 개발될 수 있다.
 

 

"그동안 일반 장내 미생물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증명한 것이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지난 2015년 ‘아토피를 유발하는 장 세균 매커니즘 규명*’으로 BRIC 선정 국내 바이오 성과 TOP5에 포함됐다. 해당 연구에 대해 설명해달라.
 

A  아토피는 신생아들의 20~30%가 아토피 환자일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됐지만 주요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도시형, 선진국형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좌우되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새집증후군이나 환경호르몬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주된 요인이 아니라 촉발 요인들 중 하나다. 해당 연구는 아토피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을 건강한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분석해서 특정 세균이 환자에게서 많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 데 의미가 있다. 그 균은 Facalibacterium prausnitzii라고 하는 장내 종의 한 아종이다. 이 균은 이번 연구 이전까지 최고의 유익균 중 하나로만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로부터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하는 원인을 알게 되면 이 질환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 기대하며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Faecalibacterium prausnitzii subspecies?level dysbiosis in the human gut microbiome underlying atopic dermatitis
 

 
Q  항생제에 노출되면 세균들은 긴축반응(stringent response)의 결과로 항생제에 내성(tolerance)을 갖는 세균들이 생기게 된다.
 
A  항생제 내성균들이 과도하게 늘어날 때 장내 미생물의 전체 구성에 심각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맥락이다. 이때 미생물이 항생제에 내성(Resistance)을 갖는 것은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지만 내성이 생긴 균을 자르거나 내뿜어버리는 등 직접적으로 반응한다. 다른 의미의 내성(tolerance)은 약간 다르다. 항생제에 대해 저항을 갖는 것은 같지만, 그냥 움츠려 있을 뿐 죽지 않아서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어떤 항생제를 먹어서 내성이 생기면 다른 항생제에 노출되더라도 그 균들이 똑같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반 장내 미생물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증명한 것이다.


 
Q   항생제를 오랫동안 먹지 않더라도 왜곡된 미생물 구성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항생제 남용이 심각하게 느껴진다.
 
A   최근 논문들 중엔 항생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생애를 수년간 추적해서 보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결과를 보면 항생제를 과복용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만성질환 위험성이 높다는 통계들이 많이 제시된다. 한번 항생제를 복용하면 복용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렵다. 복용을 많이 하던 환자가 복용량을 줄인 케이스 등을 추적조사 해봐도 생각만큼 쉽게 복용 전으로 정상화 되지 않는다. 항생제는 양날의 칼이다. 인류를 구원할 만큼 무조건 좋은 약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잘 쓰면 좋지만 잘 못 쓰면 오히려 해롭다는 것이다.


 
Q   한국 항생제 처방률이 매우 높아 정부에서도 대책*을 내놨다. 
항생제 남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항생제를 무조건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감기에 무조건 항생제부터 복용하게 하지 않는 등 남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항생제는 특이성이 적다. 병원균에 감염돼 감염질환을 갖고 있다고 하면 그 원인균을 표적으로 잡고 그 표적만 죽이면 최고의 선택이 된다. 그러나 항생제는 그렇게 못한다. 항생제는 원인균과 다른 유익균까지 죽이면서 해로울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specific) 작용하는 항생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보건당국은 2020년까지 2015년 대비 항생제 사용량을 20% 줄이고, 감기 포함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을 발표했다.
 


Q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정신질환까지 야기하는가.
 
A  미생물은 대사작용을 한다. 장이 안좋아지면 일명 장이 샌다고 하는데, 대변이 지나가는 통로인 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대변과 내몸의 구분이 없어진다. 소화하고 남은 찌꺼기인 대변이 피를 통해 온몸으로 돌 다 보면 뇌로 가서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바 있다. 게다가 균은 타인과 공유된다. 공유를 위해서는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하는데 주로 이불, 식기, 수건 등을 함께 쓰는 가족들과 공유하고 반려동물을 키울 경우 더욱 그렇다.
 


Q  건강을 위한 장내 미생물 관리 방법이 있나.
 
A  쉽게 말하자면 장 내에는 좋은 균과 나쁜균,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균들이 있다. 이 균들은 호모사피언스 그 이전부터 인간과 함께 계속해서 공존하며 진화했다. 그러면서 우리 몸의 일부가 됐다. 농업의 발달과 산업화 등이 시작된 지는 약 200년 정도 됐다.

 

수백만년에 비해 200년만에 갑자기 환경이 확 바뀐 것이다. 줄어든 식이섬유 섭취량, 현대화된 라이프 스타일 등은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촉진하게 된다. 평소 식이섬유 섭취량을 강조한다. 매일 아침 사과, 바나나를 먹고 현미 등 비정제 곡물과 나물 반찬, 채소를 많이 먹는게 좋다. 특히 식이를 줄이는 다이어트를 하는게 매우 좋지 않은데 나쁜 음식을 안 먹고 좋은 음식도 안 먹는 것보다, 나쁜 음식을 먹더라도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Q  어떤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A  치열한 연구자 보다는 즐기는 연구자에 가깝다. 즐겁게 연구 하다가 학문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과학자로 기억되고 싶다. 내 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할 학생들을 선발할 때 “심장에 손을 얹고 정말 연구 자체가 즐거운가”라는 질문을 꼭 하는 이유다. 연구는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퇴근 후에도 연구가 생각나지 않고, 지겨운 마음이 든다면 새로운 것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겠는가. 삶 자체가 연구와 연결돼 있다. 퇴근 뒤에도 눈과 귀는 연구와 분리되지 않는다. 즐겁지 않으면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연구는 즐거워야 한다.
 
 

"삶 자체가 연구와 연결돼 있다. 퇴근 뒤에도 눈과 귀는 연구와 분리되지 않는다. 즐겁지 않으면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연구는 즐거워야 한다."
사진=헬스앤라이프


bmb@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