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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톡톡] 신뢰도 추락 'HACCP 인증' 해부

정세빈 인턴 기자 입력 : 2018-09-25 15:51  | 수정 : 2018-09-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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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3RF

 

[헬스앤라이프 정세빈 기자] 얼마전 부산 지역의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 며칠사이 식중독 의심환자는 전국적으로  2000여명에 이르렀다. 원인으로 지목된 건 한 식품제조업체의 초코케이크. 그런데 이 업체는 해썹 인증(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해썹 인증에 대한  신뢰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런데 해썹 논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유럽에서 살충제인 피프로닐 성분이 달걀에서 검출돼 일대 파문이 일었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도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했다. 농가 두  곳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허용기준을 초과한 비페트린이 검출됐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8월 15일 0시를 기점으로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단하고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농장 중 절반 이상이 친환경이나 해썹 인증을 받은 농가였다. 인증제도에 대한 불신은 크게 확산됐다.

 

올해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동일 원인으로 추정되는 식중독이 퍼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 9월 6일. 문제가 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을 제조한 업체 더블유원에프앤비는 지난 2016년 5월 해썹 인증을 받았다. 인증받은 지 2년 4개월만에 문제가 터졌다. 

 

 

해썹이란?… '믿고 먹을 수 있는 마크'?

해썹이란 위해요소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영문  약자로,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보존·유통 전 단계에서 위해 요인을 차단하고 관리하는 기 준이다. 즉, '믿고 먹을 수 있는' 마크인 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썹 인증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HACCP 인증업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식품당국으로부터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 수는 1809 곳에서 4676곳으로 매년 증가했다. 동시에 연도별 식품위생법 위반 업체 수도 마찬가지로 증가했다. 지난 2012년 111개소이던 위반업체 수는 ▲2013년 146개소 ▲2015년 187개소 ▲2016년  239개소 ▲2017 6월 기준 137개소로 늘어 총 980곳에 달한다. 

 

식품위생법 주요 위반사유는 이물검출이 542건으로 42%에 이르는 등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플라스틱 등 이외에도 곰팡이나 벌레가 혼입돼 식품으로 소비자의 손에까지 전달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허위표시 및 과대광고 등의 제품관련 표시 위반이 많아 180건으로 14%를 차지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식품위생법 최다 위반 업체는 롯데다.  총 50건으로 건수에서도 압도적이다. 송학식품이 25건으로 그 뒤를 따랐고 ▲칠갑농산 21건 ▲크라운제과 14건 ▲농심 13건 순이었다. 동원에프앤비와 삼양식품은 각각 12건이었고 오리온·현복
식품·청미도 각각 10건씩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 

 

자료=기동민 국회의원실

 

 

허점 많은 처벌 규정, 사후약방문식 대처… 
대기업 과태료 300만 원?

그렇다면 믿고 먹을 수 있는 마크라는 해썹이 왜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오명의 마크로 전락한 것일까.


미흡한 처벌 규정이 문제로 거론된다. 2014년 동서식품의 시리얼과 크라운제과의 과자에서 각각 대장균이 검출되고 세균량이 기준치를 넘은 것에 대해 당시 동서식품이 처분받은 과태료는 겨우 300만 원에 불과했다.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가 각각 해당 제품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각각 2200억 원과 31억 원으로 추산됐다. 대기업이 국민의 건강을 해친 과태료로 300만원을 부과한 건 맞지 않다는 여론이 이어졌다. 

 

당시 식품관리법에 따르면 식품 등을 제조·가공하는 영업자는 국민 건강에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제조업자가 이를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된다. 식약처는 동서식품이 대장균이 검출된 제품을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상습위반 업체에 대한 가중처벌도 최근에서야 적용됐다.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썹 인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상습위반 업체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식약처는 지난 4월 17일 과징금 부과기준 개선과 법령 위반횟수별 과태료 차등부과에 대한 내용이 담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발표했다. 

 

사진=123RF

 

이유는 있다? 
공무원 한 명당 관리해야 하는 업체 수 ‘360곳’

사후관리 인원이 적은 것도 문제다. 해썹 인증을 받은 전국 업체는 5403곳인데 이들의 사후 점검을 맡은 공무원은 지방식약처 공무원 15명뿐이다. 공무원 한 명당 360곳 가량의 업체 관리를 해야 되는 셈이다. 해썹 인증 유효기간 3년이 지났을 때 연장심사를 하는 인원은 40~50명에 불과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식품당국으로부터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 수가 1809곳에서 4676곳으로 크게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인원이다. 

 

식약처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비 2016년 해썹 지정 반납 및 취소 업체는 290% 증가했다. 2012년 65곳이었던 지정 반납 취소 업체는 ▲2013년 108곳 ▲2014년 158곳 ▲2015년 196곳 ▲2016년 254곳이었다.

 

기동민 의원은 “관계 당국이 인증에만 급급하고 사후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ebinc@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