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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강형진 서울대병원 교수 “공여자 없어 조혈모세포이식 못하는 환자 사라져”

조직접합성항원 절반만 일치해도 조혈모세포 이식 가능한 치료법 개발

윤혜진 기자 입력 : 2018-10-16 13:19  | 수정 : 2018-10-1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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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윤혜진 기자] 73년 전인 1945년 8월 6일, 미군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일본은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했고, 제2차 세계대전은 종결됐다. 이후 70여만 명의 피폭 피해자들의 고통이 시작된다. 심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한 치료법 연구가 절실해지며 의학자들은 치료법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련의 연구가 진행되던 중 골수이식이 치사량의 방사선의 골수독성으로부터 동물을 살린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훗날 미국의 의학자 에드워드 도널 토머스(Edward. Donnall. Thomas)가 세계 최초로 골수이식에 성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연구다. 토머스는 사실상 0%에 가깝던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을 90%까지 끌어 올렸고, 그 공로로 199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조혈모세포이식의 아버지라 불리는 도널 토머스만큼이나 조혈모세포이식 연구에 매진하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강형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다. 조혈모세포이식 분야의 권위자인 강 교수는 최근 급성백혈병이나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때 공여자와 조직접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급성백혈병이나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때 공여자와 조직접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이식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연구요약 
 
조혈모세포이식은 급성백혈병이나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치료 방법이다. 이식을 위해서는 환자와 조직접합성항원이 정확히 일치해야 하는데 이에 맞는 공여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홍경택 교수팀은 조혈모세포이식에서 조직접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성공적 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개인별 적정용량의 항암제 ‘부설판’과 이식 후 면역억제제 ‘시클로포스파미드’를 투여하면 조직접합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성공적인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연구결과는 실제로 환자의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졌다. 2014년부터 총 34명의 환자에게 조직접합성항원 반일치 이식을 시행했고 85%의 생존율을 보였다. 백혈병 등 악성 질환자의 생존율은 82%, 비악성 희귀질환자의 생존율은 91%였다. 국제이식등록기관에서 발표한 소아청소년 급성 백혈병의 조혈모세포 이식(혈연 · 비혈연 포함) 후 생존율이 중증도에 따라 40~73%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성적이다. 이식 후 주요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병 역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급성과 광범위 만성 이식편대숙주병의 발병률이 각각 5.9%, 9.1%로 기존의 이식(5-15%, 15-25%)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 Biology of Blood abd Marrow Transplantation >에 게재된 강형진 교수의 논문 


 


실력과 열정, 그 이상의 겸손함 
 

 

“혼자만의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움을 주신 분들이 너무나 많다” 조혈모세포 이식 관련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에 강 교수의 논문이 게재된 것과 관련해 소회를 묻자 꺼낸 첫 마디다. 이번 연구에 도움을 준 이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그들이 한 일까지도 소상히 설명했다.

 

“은사님이신 안효섭 교수님, 신희용 교수님과 약동학모델 기반 부설판 투여법을 개발했고, 임상약리학과 장인진 교수님, 유경상 교수님께서 약동학모델링을 개발해주셨다. 진단검사의 학과 송상훈 교수님께서 약물농도 측정을 해주시고 계신다. 이를 기반으로 홍경택 교수님, 최정윤 교수님과 반일치이식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앞서 진행된 관련 연구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까지도 일일이 언급하며 이번 성과의 공을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돌렸다.

 

강 교수는 소아백혈병과 조혈모세포이식의 권위자로, 우리나라 소아 환아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 및 조혈모세포이식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현재 소아암 생존율은 80% 정도 이다. 20%는 아직까지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완치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이런 아이들이 ‘완 쾌를 넘어 100세까지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강 교수의 목표이다. 그가 밤낮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Q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법 개발에 성공했다. 먼저 조혈모세포이식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A   우선 조혈모세포의 개념부터 설명하면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머니세포라고 생각하면 된다. 혈액을 구성 하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이다. 이 조혈모세포는 온몸에서 발견되 는데 특히 골수에서 대량 생산된다. 백혈구를 늘려주는 G-CSF라는 약제를 투여하면 조혈모세포 중 일부가 말초혈관으로 나오는데, 이를 말초혈조혈모세포라고 한다. 제대혈 안에도 조혈모세포가 들어 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혈액세포들이 일정한 수를 유지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혈액이 병에 걸리면 이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병든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뒤 건강한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이를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라고 한다. 골수에서 채취한 세포의 이식을 골수이식, 말초혈 조혈모세 포를 이식하는 경우는 말초혈 조혈모세포이식, 제대혈을 사용하면 제대혈 이식이라고 한다. 또한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사용해 이식하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도 있다. 
 

 

 

Q   어떤 환자들이 이식을 받는지. 
 

 백혈병 등 악성질환자, 재생 불량성 빈혈 환자, 선천성 면역 결핍증 같은 비악성 혈액질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새로 심어줌으로써 질병을 완치시킬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그림=123RF

 

Q 조직접합성항원 일치 여부가 이식의 관건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 이식은 항암제와 거의 치사량에 가까운 방사선 요법으로 환자 암 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골수를 완전히 비운 후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한다. 이때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기증자와 환자의 항원이 같아야 한다. 이를 조직접합 성항원(HLA)이라고 한다. HLA는 class I항원과 class II 항원이 존재한다. class I 항원이 HLA-A, B, C 가 있고 class II 항원으로 HLA-DR, DQ, DP 3종이 알려져 있다. 이중 A, B, DR이 일치하면 가능하다. 
 

 


Q   HLA가 일치할 확률은 얼마나 되나. 
 

 형제자매는 확률이 25%이다. 문제는 요즘엔 형제 자매가 없는 경우가 많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한국조혈모세포은행을 통해 공여자를 찾는다. 약 30만명 정도의 기증 희망 공여자가 등록돼 있다. 여기서도 일치 공여자를 찾지 못하면 해외 공여자를 찾아 나선다. 공여자를 찾는 과정도 버겁지만, 국내 이식 대비 비용이 엄청 나 경제적 부담이 크다. 
 

 


Q   이번 연구는 HLA가 반만 일치해도 이식이 가능 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일치 이식에서 첫 연구는 아니다. 다른 연구와 비교해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연구에서 사용된 항암제(busulfan)는 조혈모세포 이식에서 많이 쓰이지만,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용량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용량이 높으면 독성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낮으면 재발이나 조혈모세포이식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우선 항암제 혈중농도를 자세히 확인하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용량을 투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 결과 보통 백혈병환자 이식 성공율이 전세계적으로 60% 정도되는데 85%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20% 이상을 끌어 올린 이 연구에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접목했다. 
 

 


Q   공여자 문제로 이식을 못하는 환자는 사라지는 것인가. 
 

A   그렇다. 이번 연구의 의의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식이 필요하면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것도 이전 이식법과 비슷한 성적으로, 즉 성적이 떨어져서 이식을 고민하던 문제도 없어진 것이다. 
 

 

“소아환자 부작용 없이 100년 살리는 게 목표”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헬스앤라이프 

 
 

Q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A   임상시험 첫 환자가 부작용을 겪었다. 우리도 처음하는 연구였기에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번째 환자부터는 치료법을 잘 조정해 부작용을 확연히 줄여 나갈 수 있었다. 
 

 


Q   이식 활성화를 위해 정책이나 제도적으로 어떤 뒷받침이 필요한가. 
 

 반일치이식법은 이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성적 또한 우수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험이 일부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암 환자는 본인부담률이 5%이다. 반면 조혈모세포이식은 본인부담률이 50%이다. 물론 지금까진 이식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아 보험적용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젠 많은 데이터가 쌓인만큼 보험적용이 확대되길 바란다. 환자들이 좋은 치료를 적절한 비용으로 받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Q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중인 연구는. 
 

A   T세포치료제, 세포치료제를 같이 엮어서 생존율을 더 올리는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합병증은 많이 줄어서 합병증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이식을 했더라도 암은 암이 다. 큰 숙제이지만 암의 근본적인 재발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를 두고 연구 중이다. 
 

 


Q   의사로서 의학자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소아과 의사로서 아픈 아이들을 1~2년 살리는 것이 아닌 100년을 살리는 게 목표이다. 아이들이 잘 치료받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이 사회에서 좋은 일을 하게 하고 싶다. 다행히 그런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또 그럴 수 있게 가능하면 독성도 줄이고 치료 이후 정상 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이다. 조혈모세포이식 성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항암제를 쓰다 보면 여러 부작용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어떻게든 독성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매진할 생각이다.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헬스앤라이프


yhj@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