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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백자현 고려대 교수 “인간의 충동성, 조절 가능성 열렸다”

충동성 조절 신경세포 및 회로 세계 최초 규명

송보미 기자 입력 : 2018-12-16 20:50  | 수정 : 2018-12-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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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송보미 기자] 약물에 중독되고 충동적으로 일탈과 범죄를 일으키는 이들은 심리적으로 나약하거나 가정교육을 잘못 받았기 때문 일까. 정신질환성 충동성, 중독적 행위, 강박 등은 의지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다. 1848년 철도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 남자는 발파 작업 중 쇠 막대가 두개골을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다. 책 <쇠막대가 머리를 뚫고 간 사나 이>에 따르면 그 쇠막대의 길이는 1m가 넘었고, 무게는 6kg에 달했다. 그의 머리뼈는 깨져 있었고 입 천장에는 쇠막 대가 지나간 구멍이 보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살아 있었다. 19세기 뇌 과학계의 중요한 사건이자 인물로 꼽히는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다. 게이지는 그 뒤로 성격이 완전히 변했다. 유쾌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던 그가 사고 이후 변덕이 심하고 상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어떤 때는 집요하고 과도하게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뇌가 손상되자 성격이 바뀐 것이다. 이는 심장(마음)이 뇌에 우선한다고 믿었던 아리스토텔레스식 사고를 완전히 뒤집 었다. 게이지의 사례처럼 인간의 성격으로 구분되는 감정 및 정서적 행동은 뇌가 관장한다.

 

그러나 아직도 충동성이나 중독 행위 등을 마음가짐의 나약함이나 의지의 박약으로 보는 시각은 만연하다. 이런 가운데 충동성 조절 역시 뇌의 영역이라는 것을 보다 분명하게, 신경세포의 종류와 회로까지 밝혀낸 국내 과학자가 있다. 뇌의 편도체 중심핵과 분계선조 침대핵 사이의 도파민 D2 수용체 발현 신경세포의 시냅스 연결에 의해 자기 통제가 조절되며 특히 이 신경회로가 활성화되면 충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관련 정신질환의 치료 타겟이될 수 있다는 게 연구의 골자다. 백자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를 만나봤다. 

 

사진=헬스앤라이프 

 

<연구요약> 

 

백자현 교수 연구팀은 음식 및 약물 중독, 반사회적 성격장 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조절장애 등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여러 정신질환의 치료에 필수적인 충동성 행동 조절을 담당하는 도파민성 신경회로를 규명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충동성은 뇌에서 도파민 관련 신경세포를 특이적 으로 활성화함으로써 조절된다. 구체적으로 뇌의 편도체에 위치한 도파민 수용체 D2형은 충동성 조절에 핵심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D1부터 D5까지 다섯 종류가 있으며 뇌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해주는 신경물질의 하나로 운동, 인지, 동기 부여에 영향을 준다. 편도체는 대뇌 변연계의 아몬드 모양 부위로 감정과 정서를 담당한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유전자 조작과 빛을 이용해 특정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Optogenetics)을 사용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어떤 신호로 충동적 행동을 조절 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편도체 중심핵(CeA)부위에서 도파민 D2 수용체를 발현하는 신경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활성화시키면 충동적 행동이 대조군의 30% 수준으로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관찰했다. 또 충동성 조절에 있어 편도체 중심핵과 분계선조 침대핵(Bed nucleus of the stria terminalis, BNST)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감정의 인지와 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 중심핵(CeA)과 분계선조 침대핵(BNST) 사이의 도파민성 시냅스 연결이 충동성 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 새로운 충동성 조절 신경회로를 규명한 것이다. 
 

 

“정신질환은 추상적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뇌의 문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뇌 속의 신경세포, 신경전달물질, 신경회로의 문제다.” 

 

 
Q    이전 연구 이야기를 해보자. 이미 지난 2013년 만성 스트레 스가 중독의 시작보다 재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기존 학계에서는 중독 초반 약물에 변형된 뇌 시냅스 연결이 만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다시 자극될 경우 중독 등을 재발한다고 추측했으나, 그 기전 조차 알려지지 않았었다. 우리는 만성 스트레스 상황의 생쥐에 코카인 약물을 주입한 실험결과를 통해 도파민 수용체 D2형이 결여된 형질전환 생쥐에서 정상생쥐와 달리 중독이 재발하지 않는 것을 밝혀냈다. 도파민 수용체 D2형이 스트레스 약물 중독 재발에 특이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다. 도파민 수용체 D2형의 신호가 뇌의 중견의지 핵(nucleus accumbens) 시냅스 변화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나아가 만성 스트레스의 경우 코카인 초기단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금단시킨 동안 중독 재발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해당 논문 ‘Role of dopamine D2 receptors in plasticity of stressinduced addictive behaviours. Nature Communications’ 

 

 

Q    도파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 보이는데. 


  도파민은 운동·인지·동기 부여 등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 질로 보상, 우울증, 중독 등에 관여한다. 중뇌(midbrain)의 흑질에서 만들어지며 분비되는 신경세포는 선조체쪽으로 뻗어있다. 선조 체에서 분비되는 신경 도파민은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해서 신호가 일어나 신경전달물질로서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원리다. 여러 기능 중에서도 운동기능 신경세포 경로가 퇴행되면 파킨슨병이 발생한 다.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과도 연관이 있는데 측 좌핵으로 보내는 도파민을 합성해 온몸으로 전달하는 보상체계이자 원시적인 부위로 뇌간 맨 꼭대기에 위치하며 동기부여, 보상, 쾌락에 관여한다. 

 


Q    도파민의 문제라면 도파민 양을 늘려주는 약물을 복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단순히 신경전달물질이 많거나 적어서 생기는 문제라기 보다 발현되는 경로, 구체적 신경전달과정, 분자적 매커니즘 등이 중요하다. 도파민 D2형 수용체가 우울, 충동, 강박 등에 유의미한 문제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처음 밝혀낸 것이 아니라 이미 학계에 보고되고 있었다. ‘보상결핍증후군(Reward Deficiency Syndrome)’이 라는 개념인데 뇌의 보상회로인 도파민 수용체와 도파민 분비에서의 이상으로 인해 아무리 해도 만족이 안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전 연구를 통해 코카인 중독자와 음식 중독자의 뇌를 보면 도파민 D2 수용체가 크게 감소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중독자의 도파민 레벨은 굉장히 높지만 만족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수용체가 줄어 있어 도파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Q    이번 실험은 유전자 조작 쥐, 광유전학을 통해 충동성 조절 가능성을 규명했다. 

 

A    쥐 실험 결과 도파민 D2수용체가 결여된 쥐는 정상 쥐 대비 현저히 증가된 충동성을 보임을 확인했다. 연구발표 전까지 학계는 중견의지 핵에 집중했는데 상당히 모호한 결과가 많았다. 중견의지 핵은 충동성과 관계되지만 아마도 주의집중력 등 고난이도의 인지능력에 관련있다고 본다. 충동 조절 장애 환자들은 기능성 MRI 를 통해 대뇌의 전두엽, 편도체(amygdala), 선조체 (striatum)의 기능장애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도파민의 신경 전달체계가 충동성에 관여한다고 보고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자세한 신경전달 기전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수용체를 발현하는 뇌 부위 중 대뇌 변연계에 위치하며 감정 인지 및 조절,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 부위가 보다 자기통제를 위한 충동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편도 체의 도파민 D2 수용체 발현 신경세포의 활성화에 의해 대조군의 충동성이 30%정도 수준으로 현저히 감소함을 확인했으며 이러한 충동성 조절은 분계선조 침대핵과의 시냅스 연결에 의해 특이적으로 조절 되고 있음을 밝혔다. 5-Choice serial reaction time task(5-CSRTT)와 광유전학을 결합했다는 새로운 테크닉을 사용했기 때문에 영향력있는 학술지에 실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충동적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실험적으로 최초로 진행된 것이다. 광유전자조작은 학계에서 굉장히 주목받는 분야로더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충동성과 관련이 있는 자제력, 자기통제 등이 마음먹은 대로가 아니라 신경전달 물질과 회로에 따라서만 조절된다는 것인가. 

 

A    충동성의 스케일(Scale) 구분이 선행돼야 하는 것 같다. 과학자들은 질병의 생물학적 기전을 먼저 보는 것이고 일상적으로 의미나 범위에 관한 것은 임상 교수, 심리학자 등과 함께 논의돼야 할 문제다. 다만 우리 연구에서는 자기통제 조절은 뇌의 편도체 중심핵과 분계선조 침대핵 사이의 도파민 D2수용체 발현 신경세포 시냅스 연결에 의해 일어난다고 보고 이 신경회로가 활성화됐을 때 충동성이 감소함을 밝힘으로써 관련 정신질환의 치료 타겟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Q    다른 질환에 비해 유독 정신질환은 빈약한 정신력의 문제로 터부시 되는 경향이 있는데. 

 

A    정신질환은 ‘마음가짐’ 등의 추상적 문제가 아니다. 굉장히 중요한 뇌의 문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뇌 속의 신경세포, 신경전달물질, 신경회로의 문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자기 통제 능력의 결여에 의한 중독, 인격 장애, 분노 조절 장애와 같은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핵심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 타겟을 확립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전되려면 행동치료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유전자나 회로는 약물 치료가 병행돼야 가장 효과적이다. 
 

 

 

Q    이번 연구가 약물 등으로 실제 치료과정에 사용되려면 어떤 과제가 있는가. 
 

 

  이번 연구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환자와 충동조절 장애 및 약물 중독 환자의 치료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를 위해 편도체 중심핵의 도파민 D2 수용 체를 특이적으로 타겟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면 실용화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단순히 도파민 양만 조절하면 양이 너무 많아도 우울증 등의 다른 정서 장애가 올 수 있고 너무 적어도 파킨슨 등 운동장애가 올 수 있다. 역효과(Side effect)를 줄여가며 중독이 되지 않는 약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후속연구 계획은. 

 

A   도파민을 연구하는 것이 정말 재밌다. 충동성 조절에 관여하는 도파민 D2 수용체 발현 신경세포의 구체 적인 분자적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치료 타겟의 폭을 넓히려고 한다. 또 충동성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의 조작이 실제 음식 및 약물 중독 행동의 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동물 모델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 편도체 중심핵에서 이뤄지는 충동성 조절이 어느 뇌 부위로부터 받은 신호에 의한 것인지 밝혀 충동성 조절 기전에 대한 신경메커니즘의 전체 지도를 완성하고 싶다. 
 

 


Q    끝없는 연구의 항해에서 최초의 섬을 발견했다. 노하우는. 
 

 

  모든 과학자의 논문이 그것이 작은 발견일지라도 모두 최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의 타당성과 합리적 증거의 정도와 양에 따라 발표하는 학술지가 달라질 뿐이다. 노하우를 굳이 말하자면 초심을 잃지 않는 것과 호기심을 꼽을 수 있을까. 정말 많은 논문을 읽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튼튼한 가설을 세워야 한다. 매너리즘과 컨디션 난조에도 꾸준히 연구는 지속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말 내가 이 연구주제에 순수한 재미와 흥미를 느껴야 가능하다. 사실 매너리즘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과학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다. 매일 새로운 것이 넘쳐나고 배워도 또 배워야할 것이 생긴다. 공부를 하게 되면 아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Q    연구는 협업의 과정이다. 좋은 협업은 무엇인가. 

 

A    진정성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진정성을 갖고 연구에 대한 재미, 의미, 확신이 있어야 한다. 협업을 하는 공동연구자와 연구실 학생들은 모두 전문가다. 그들도 자신이 연구에 대한 의미와 재미가 있어야 함께 하게 된다. 내가 진정성을 갖고 요청을 하면 그들이 갖고 있는 자신만의 동기로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과학 자들과 함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연구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이 정말 좋고 행운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계속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즐겁게 연구해가고 싶다. 
 

 

 

 


bmb@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