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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루푸스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 켠 임신혁 포항공대 교수

“기존 한계 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될 것”

김세영 기자ksy1236@healthi.kr 입력 : 2019-02-13 13:56  | 수정 : 2019-02-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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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발병 원인의 실마리가 우리 연구진에 의해 풀렸다. 그간 없었던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 포항공대 연구진, 아주대병원 공동연구팀은 Ets1 유전자의 변이가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헬스앤라이프는 해당 연구 논문을 에 최근 게재한 임신혁 포항공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김세영 기자]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lupus)는 몸의 일부를 외부 인자로 인식해 자가 면역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조직에 기능 상실을 유도한다. 피부, 신장, 허파, 혈관, 뇌에 염증을 일으켜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른다. 국내에 약 2만 명 정도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매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앞서 루푸스 발병에 연관된 6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들이 발견됐지만 실제 어떤 유전자가 질환에 이르는지에 대해선 밝혀진 바 없었다. T세포, B세포, 수지상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들 중 어떤 면역세포 이상이 루푸스 발병을 유도하는지도 불분명했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만 있을 뿐 궁극적인 치료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루푸스 발병 원인의 실마리가 풀려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향후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 포항공대 연구진, 아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공동연구팀은 Ets1 유전자의 변이가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T세포가 질환을 유도하는 핵심 인자임을 찾아내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연구요약


Ets1 유전자 결손 생쥐를 생성한 연구진은 루푸스 발병에 있어 T세포 중에서도 폴리큘러 도움 T세포2(follicular helper Tcell2, 이하 Tfh2)가 가장 중요한 세포임을 발견했다. Tfh2 세포는 B세포를 활성화시켜 자가 항체를 만드는 것을 촉진시키는데 연구진은 Tfh2 세포와 B세포를 정상 쥐에 함께 주사해 루푸스가 유도됨을 확인했다. Tfh2 세포가 생쥐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으며 Tfh2 세포의 증가가 루푸스 증상 유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나아가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Tfh2 세포의 주요 분자들을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루킨-4(IL-4) 단백질이 질환을 매개하는 물질이라는 점을 규명하고 이를 선택적으로 불활성시키자 루푸스 증상이 완화됨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향후 IL-4 불활성화 항체 치료법이 임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물실험을 마친 IBS·포항공대 연구진은 실제 루푸스 환자에서도 Ets1 유전자 변이가 면역계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지 아주대학교 서창희 교수 연구팀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서 교수 연구팀은 국내 루푸스 환자의 혈액 속 T세포에서 Ets1 단백질 발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Ets1 유전자 변이는 루푸스 환자의 질병 중증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Ets1 단백질 감소와 Tfh2 세포의 증가, 루푸스 증상의 악화가 서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임상에서도 Tfh2 세포를 타겟하는 치료제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면역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이뮤니티(Immunity, IF 19.734)>에 지난해 12월 19일(한국시간)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임신혁 포항공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는 “향후 Tfh2 세포의 생성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제한적 효능을 가졌던 기존 약물의 한계를 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Tfh2 세포가 루푸스 뿐 아니라 다른 자가면역질환에도 역할을 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Q   루푸스란 어떤 질환인가? 

 

 약 1000명 당 1명꼴로 나타나는 루푸스는 ‘전신성 홍반성 낭창’(Systemic lupus erythematosus)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자가면역질환은 몸에 대한 물질을 면역세포가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한다. 자가면역질환은 지금껏 약 200종류 이상이 보고되고 있지만, 면역학자들은 밝혀지지 않은 대부분의 질환들이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할 정도로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홍반성 낭창의 경우 자가면역질환이면서도 어느 세포가 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주로 항체에 의해 유도되는 질환인데 항체가 생기는 과정에 T세포가 관여한다. 그중에서도 항체 생성에 도움을 주는 Tfh2가 생쥐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생쥐 모델과 환자와의 일관성이 많이 떨어지기 쉬운데 그런 측면에서 이를 정확히 제시했다.

 

 

Q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A   루푸스는 가장 희귀한 질환이면서도 난치성 질환이다. 쉽게 말해 발병 원인도 잘 모르고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면역 억제제인데 이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 쉽다. 억제제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불과해 근본적인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이에 어떤 유전적 소양이 질병을 일으키는지 관심을 가졌다. 루푸스와 연관된 유전자가 최소 60개 정도 보고돼 있었는데 이 중 가장 우선순위를 정해 Ets1 이라는 후보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가 관여된 것은 알아도 그것이 어떻게 질환과 연관있는지에 대해
선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유전적으로 어떤 질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왜 유전자 결손으로 질환이 일어나는지 몰랐다가 이번에 우리 연구팀이 그 연결고리를 풀어낸 것이다.

 

 


Q   연구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달라.

 

 Ets1 유전자가 T세포, B세포, 수지상세포 등 여러 면역세포들 중 어느 세포에서 단백질이 없어지면 면역에 문제가 생기는지 모른다. 이 때문에 하나하나 각각의 면역세포들을 특이적으로 결손을 일으켜 어느 세포에서 결손 됐을 시 루푸스 현상이 나타나는지 분석했다. 그랬더니 T세포에서 결손이 일어났을 때 루푸스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면역세포가 결손된 생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유전자 변이로 인해 특이적으로 Ets1을 생성하지 못하는 생쥐에서 루푸스 환자와 비슷하게 비장의 크기가 비대해지고, 임파선염, 피부염 등이 생기는 것을 관찰했다. 결국은 루푸스 치료제와 진단이 중요한데 T세포의 결손, 즉 T세포의 면역기능 이상이 왜 항체에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더니 T세포 중에서도 항체 형성에 도움을 주는 T세포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Tfh2다.

 

 


Q   이번 연구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생물정보학에는 필수적으로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광산에서 금맥을 캐듯 데이터를 뒤져 중요한 정보를 찾아낸다고 해 ‘데이터 마이닝’이라고도 한다. 먼저 루푸스 발병에 어떤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느냐 찾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를 통해 Ets1을 찾을 수 있었다. Ets1 결손이 일어나면 어떤 유전자가 잘못되는지를 알기 위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해 Tfh2세포와 관련한 정보를 찾았다. 앞으로도 생물정보학적 기법을 많이 활용해야 한다.

 

 

“면역학은 기초의학의 종합학문... 韓 인프라는 매우 척박”

 

"동물실험에서 발견한 것을 환자를 통해 그대로 검증한 것이니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임상 의사는 임상만 하고, 기초 학자는 생쥐연구만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A   연구를 위해 특이적 유전자가 교정된 생쥐를 제작해야 했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10년 전에는 생쥐제작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6개월이면 가능하다. 이를 실험실이 원하는 목적으로 만드는 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실험으로 입증하기까지 총 6년이 소요됐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혼조 다스쿠 교수와 미국의 제임스 P. 앨리슨 교수의 연구 분야 역시 면역학이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적잖은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면역학을 연구하는 토양이 매우 척박하다. 면역학은 기초의학의 종합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인프라가 전무 하다시피하다. IBS의 지원 덕분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해당 프로젝트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지만, 분석할 만한 인프라가 지금껏 없어 어려웠다.

 

 

Q   그렇다면 연구를 진행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흥미로웠던 점은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학생들과 회의를 했는데 가설이 대부분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처음 생쥐가 만들어진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발견한 것들이 생쥐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냐 아니면 임상적으로 환자에게도 일어나는 현상이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 때문에 임상 환자들에게도 적용하고 싶었다. <이뮤니티(immunity)>는 면역학 분야 중에서도 권위 있는 저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뮤니티>에 실리는 연구는 1년에 1편 나오기도 힘들다. 우리나라는 면역학에 관심이 많아 학회를 열면 약 1200명이 모인다. 최근에는 의학계 학문이 대부분 면역학으로 귀결되고 있다. 부족한 인프라 탓에 우리나라에서 논문을 내면 ‘한국도 면역학을 연구하는구나’ 하고 세계가 깜짝 놀란다. 최근에는 우리 연구소에서 논문을 내면 거의 심사까지 간다. 논문 게재(12월 18일) 이후 학회에서 초청이나 심사해달라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Q   기초면역학자와 임상의학자 간 공동 연구의 의미를 짚는다면?

 

A   동물실험에서 발견한 것을 환자를 통해 그대로 검증한 것이니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임상 의사는 임상만 하고, 기초 학자는 생쥐연구만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펀딩(funding)이 충분하다면 기초와 임상연구를 같이 할 테지만, 이 두 가지를 함께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생쥐연구가 임상연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연결되지 않으면 그냥 실험과 연구에 머무는 것이다. (신약이나 의료신기술과 연계될 수 있는)상업화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 연구에선 이것이 가능했다. 생쥐실험을 하자마자 데이터를 들고 제일 먼저 임상 쪽 전문가인 서창희 아주대병원 교수(공동저자)를 찾았다. 그만큼 자신 있었다. 환자를 돌보는 임상 의사들에겐 한계가 있다. 환자는매일 보지만, (루푸스 같은 경우)치료약은 없고, 어떻게 조기진단하고, 뭐가 문제인지 알면 치료에 도움이 될 텐데 등 고민과 갈등에 놓인다. 그런 와중에 우리와 연이 닿았다. 서 교수도 흔쾌히 승낙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환자 90명 정도를 분석했는데 Ets1 결손 생쥐에서의 루푸스 발병 결과와 환자 중증도가 맞아떨어졌다.

 

 

Q   치료제 도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

 

 지금껏 치료제는 T세포 또는 B세포를 완전히 없애는 방법 등 특정 타겟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면역체계를 떨어뜨리는 방법이 쓰였다. 그만큼 부작용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루킨-4를 제어하면 루푸스처럼 항체에서 일어나는 질환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제시했다. Tfh2 또는 인터루킨을 타겟팅하는 새로운 약물 개발이 우리 논문을 근거로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다.

 

 

Q   향후 계획 중이거나 심화시켜야 할 연구가 있나?

 

  Tfh2 세포를 특정 짓는 표면의 지표물질이 있다면 더욱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관상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간단히 피만 채취해 세포의 표면물질만 분석해내면 예후를 정확히 예측하는 진단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Tfh2의 특이적 지표물질 발굴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와 관련 (Tfh2 세포 발현율이 높아)해당 치료제가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기 위한 혈액 스크리닝 시스템이 필요하다.

 

 

ksy1236@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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