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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치료 저항성 조기 예측, 조현병 환자 맞춤 치료 길 연다"

송보미 기자bmb@haelthi.kr 입력 : 2019-03-13 13:56  | 수정 : 2019-03-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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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3RF

 

[헬스앤라이프 송보미 기자] 조현병(調絃病)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이다. 신경계 혹은 정신의 튜닝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라는 과학적 해석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2011년 ‘정신분열병’이라는 병명 자체가 부정적 이미지를 주면서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이름으로 개정됐지만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조현병은 개인의 취약성과 유전적 소인(Specific Vulnerability), 가족내 경험이나 사회경험 혹은 약물 등에 의한 손상(Biological Environmental) 등으로 발생하는 뇌 질환이다. 이전에는 신내림, 빙의, 악마의 저주를 받았다는 등의 오해로 이들을 격리시키고 고문했으며 병원에 오기 보단 굿을 하거나 안수기도를 받는 등 종교적이고 영적인 측면으로 먼저 접근하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최근에는 각종 범죄사건에 노출되며 실체 없는 공포감까지 조성됐다. 그러나 조현병이 정확히 무엇이고, 의학적으로 어떻게 진단되며 치료에 관한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에 대한 실질적 관심은 부족하다. 반면 연구자들은 조현병 완치를 향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를 치료 반응성 환자와 치료 저항성 환자로 조기 선별할 수 있는 병리생태적 차이를 밝혀내며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현병의 실제와 연구에 대해 김의태 교수로부터 들어봤다.

 

 

[연구요약]


조현병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제1저자 분당서울대병원 김서영 임상강사)이 조현병 치료제에 대한 반응성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뇌의 기능적 연결성과 도파민 생성 정도의 상관관계에 입각한 병태 생리적 차이, 즉 질환의 발병원인과 진행과정의 차이를 밝혀냈다. 약물 투여 전 치료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팀은 조현병 환자 중 치료 반응성 환자 12명, 치료 저항성 환자 12명, 건강 자원자 12명을 대상으로 기능적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 영역간의 연결성을 측정했고 시냅스 전 도파민 생성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최첨단 DOPA 양성자단층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조현병 치료 반응성 환자의 경우 뇌의 기능적 연결성과 시냅스 전 도파민 생성 정도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료 저항성 환자에서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같은 조현병이라도 항정신병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성에 따라 병태 생리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선조체-전두엽의 기능적 연결성과 시냅스 전 도파민 생성 정도의 상관관계 분석으로 치료 저항성 환자와 반응성 환자를 구분해 조기에 적절한 약물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조현병을 앓는다고 무조건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여러 범죄 사건 속 환자들은 정확히 말하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이다.”

 


Q   조현병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뇌가 하는 모든 기능에 따른 행동은 모두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우리 뇌는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모든 것을 관장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없지만 새로 발생하는 환청, 환상, 망상과 같은 양성증상이 있고 건강할 때는 있었지만 질환으로 없어지는 대인관계 욕구, 성취 의욕, 표정 등 음성증상이 있다. 양성과 음성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Q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대한 일반인들이 갖는 공포심이 상당하다.

 

“조현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현병을 앓는다고 무조건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여러 범죄 사건 속 환자들은 정확히 말하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이다. 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고 그저 조현병이라는 것만 부각되다보니 잘못된 편견이 확산되고 있다.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스스로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조현병 환자들은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스스로 치료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병이 점점 진행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초기 치료가 정말 중요한데 우리의 경우 입원이라던지 치료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Q   조현병이 ‘젊은 치매’라고 불릴 만큼 젊은층에서 발생빈도가 높다.

 

“예전에는 조현병 환자들의 여러 증상 중 인지기능 저하에 초점을 맞추며 조발성 치매라고 불린 적도 있다. 실제 조현병 환자들의 연령대는 10대 후반 늦어도 30대 중후반 까지로, 젊은 편이다. 아직까지 뇌가 성장하는 아주 어린 시기에 미리 발견하기 어렵고 성장이 마무리 되면서 발생한다.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시기에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사회적 기능은 물론 뇌 기능까지 도태될 수 있다.”

 

 

Q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징후가 있는가?

 

“조현병 발병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주로 정신질환에서가장 중요한 사회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갑자기 성적이 하락한다거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없어지고 무언가를 두려워하거나 환청, 환시 같은 지각적 증상을 임시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보다 자세한 것은 여러 임상적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Q   조현병은 어떻게 진단하나?
 

“우리 뇌가 건강한가를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의 모양을 보는 MRI, 뇌의 기능을 보는 뇌파 검사 등과 함께 심리검사와 인지기능 평가 등을 종합한다. 이를 통해 해당 증상이 다른 질병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가능성을 하나씩 제외해가는 것이다. 실제 환시나 환청 증상이 나타난다고 무조건 조현병이 아니라 뇌에 염증이 있거나 혈관 혹은 종양이 있어도 그런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Q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하며 약에 의한 불편감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초기에 자주 만나면서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어느 정도 증상이 잡히면 낮 병동을 다니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러 사회 기술도 훈련한다. 궁극적으로 환자 스스로 자립하고 자존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치료가 이뤄진다.”

 

 

Q   이번 연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뇌의 기능적 연결성과 도파민 생성정도의 상관관계에 입각해 조현병의 병태생리적 차이를 밝혀냈다. 지난 2017년 5월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군에서 치료 반응성 환자에 비해 도파민 생성이 10% 이상 적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과 연결된다.

 

“조현병 환자는 1차 항정신성약물로 치료가 되는 치료 반응성 환자와 그렇지 않은 치료 저항성 환자군으로 나눌 수 있다. 기본적으로 1차 항정신성약물은 과도한 도파민 활성 정도를 낮추는 약물인데, 저항성 환자는 아무런 반응을 안보이는 것에서 두 환자군의 도파민 레벨이 다를 것이란 가정을 했고 이를 간단 명료하게 보여준 연구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결과는 치료 저항성 환자가 도파민에 큰 문제가 없고 뇌의 기능적 연결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즉, 치료 저항성 환자와 반응성 환자군의 임상적 모습이 비슷할지라도 원인적 문제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Q   뇌와 관련된 질환에 있어서는 역시 도파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 보인다.

 

“도파민(dopamine)은 신경세포 역할을 조절한다. 우리 뇌 전체의 활성 정도를 조절하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에 ADHD부터 운동성장애인 파킨슨, 조현병 까지 다양한 질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연관된 것이 우울증, 기분
조절, 성취나 희열을 느끼는 보상 시스템 등인데 이 물질이 과도하거나 적게 되면 병이 생긴다. 조현병 역시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도파민을 낮추려는 치료적 접근을 계속하면 파킨슨이 발병할 수 있어 적절한 맞춤 치료가 중요하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치료저항성 집단과 반응성 집단에 대한 적절한 맞춤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약물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먼저 1차 항정신성약물을 투여해보고 치료가 되지 않으면 저항성 환자군의 현재까지 유일한 치료약물인 클로자핀(clozapine)을 사용한다. 그럼 처음부터 클로자핀을 복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클로자핀은 백혈구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피검사를 해야 하는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어 중요한 초기 치료를 중도 포기하게 하는 경향이 있고 임상에서는 물론 보호자들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1차 항정신성약물을 약 2년간 투여해보다가 안되면 클로자핀을 처방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Q   지난해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의 기억력 향상 효과’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환시, 환청, 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에서 인지기능검사를 하게 되면 조현병 증상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약물치료를 하니까 인지기능이 좋아지더라 하는 정도 였는데, 양성증상의 호전으로 인지기능이 좋아진 것인지 약물 복용 자체로 인지기능이 향상된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해당 연구는 아리피프라졸 자체가 양성증상의 호전과 상관 없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치료 저항성 환자에게도 추가 약물로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연구다.”

 

 

Q   그간의 연구들과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나?

 

“지금은 연구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임상에 적용하려면 아직 제약이 있다. 약물이 개발돼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약물 효과를 검증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신경영상학적 방법을 통해 약물작용 기전을 밝히고 약물마다 도움이 되는 환자군에 대한 선별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수준까지 가고자 한다. 장기적 목표는 조현병 환자가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Q   후속연구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

 

“조현병이 어떤 문제로 인해 발병하는가에 관심이 있다. 이것을 알게 되면 예방 차원의 접근이 가능하다. 발병 이후 치료에 있어 치료 유지와 종결, 치료의 안전성 정도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싶다.”

 

 

Q   끈기있게 노력해야하는 게 연구다. 연구자로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첫째는 호기심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내심도 중요하다고 본다. 연구는 한번에 소위 말하는 대박을 기대하기 힘들다. 남들이 눈 여겨 보지 않는 결과들을 계속 발표하면서 큰 성과를 만들어 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존심이다. 초기에 연구자는 눈에 띌 수 없고 또 임상가로서 연구를 하면 개원가에 비해 여러가지 보상적 측면 등이 열악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보상을 할 수 있는 기전 그것이 자존심이다.”

 

 

Q   다수가 함께 모여 하나의 성과를 내는 협업 과정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연구 역시 개인의 능력 보다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연구는 굉장히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기에 해당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분이 반갑다. 열정이 없다면 힘든 과정 중에 (그룹이)와해되기 쉽다. 학술적 주제 뿐 아니라 개인적 만남을 통해 자주 동기를 부여하고 서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정신질환은 특히 후학들이나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에서 열정을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bmb@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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