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홈아이콘  >  이슈

임교수 살해범 25년형 선고... 다시 들여다본 임세원법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이대로 괜챦은가

윤혜진 기자 입력 : 2019-05-17 17:06  | 수정 : 2019-05-17 17:06

네이버 페이스북 밴드 구글 트위터 핀터레스트 카카오스토리 카카오링크 인쇄 다운로드 확대 축소

 

올 초 SNS에서 확산됐던 고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원작자=늘봄재활병원 문준 원장

 

[헬스앤라이프 윤혜진 기자] 법원이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 모(31)씨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형기를 마치면 이후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17일 이같이 선고하고 박 씨를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치료감호소에 수감했다. 임세원법으로 지칭되며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정신질환자 지원을 강화하는 법안이 지난 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질환자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임세원법이 통과된지 채 보름도 안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안인득(42)씨가 방화 후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사망케 하고 15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는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수년간 지역사회에서 방치됐다.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이대로 괜챦을까.

 

 

본회의 통과한 임세원법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의료법, 與野 압도적 지지로 통과

 

지난달 5일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른바 ‘임세원법’은 의료인 폭행 처벌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자 지원을 강화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의료인에 대한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 의원 202명 중 찬성 199명, 기권 3명으로 여야 이견 없이 압도적 지지로 가결됐다. 이 개정안은 의료인이 진료 등 직무 중 폭행으로 사망하면 가해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해를 입은 경우 가해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고 중상해에 대해서는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의 처벌을 받는다.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 감경하는 주취감경 적용도 배제됐다.


이 외에도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인과 환자 안전을 위한 비상벨과 비상문 등 보안 장비와 시설을 설치하고 보안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재활·치료 지원

 

지역사회에서 환자의 지속적 재활·치료를 지원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의원 207명 중 찬성 199명, 반대 2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치료가 중단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만들어진 법안이다. 따라서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이 있는데도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한 정신질환자에 대해서 의료기관장이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도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관할보건소에 의무적으로 통보해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지원하도록 했다. 기존 개정안의 명칭인 ‘외래치료명령제’를 ‘외래치료지원제’로 변경, 그 치료 대상을 현행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 입원·입소자에서 퇴원·퇴소 후 지역 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정신질환자로 확대한 것이다.

 

정신질환자 또는 보호의무자와 정신건강복지센터와의 자발적 연계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정신건강증진시설은 퇴원하는 정신질환자나 보호의무자에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기능·역할 및 이용절차를 안내해야 한다. 또 관련 서류를 비치해 국가 및 지자체가 정신건강상담용 긴급전화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보건의료인력 안정적 수급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이 외에도 양질의 보건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3년마다 보건의료인과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고려해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 인력의 양성 및 공급 ▲면허·자격신고 및 보수교육현황 ▲지역별·기관유형별 활동현황 ▲의료취약지 및 공공의료분야의 인력 양성 및 배치 ▲근무환경 및 복지 등에 관한 사항까지 포함되며 이를 종합계획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임세원법 이대로 괜찮은가

 

 

윤일규 의원 “사법입원제 담은 임세원법 통과시킬 것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헬스앤라이프DB

문제는 임세원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음에도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에 의한 살해 사건이 경남 진주에서 또 다시 발생하면서 정신질환자 관리 사각지대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진주 참극의 피의자 안인득씨는 2010년 폭력으로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통해 편집형 전신분열증을 진단받고 보호관찰형을 받았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 시내 한 정신병원에서 정신병력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해당 병원은 안씨에게 상세 불명의 정신분열증이란 진단을 내렸다. 지난 1월에는 진주의 한 재활센터 직원 2명을 폭행해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신경정신의학과는 지난달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故 임세원 사건과 진주 방화살인사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일규 의원은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엔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 사법입원제 도입, 외래치료명령제 강화 등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복지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윤 의원은 “전문가와 환자단체의 의견을 경청해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라며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언제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이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률안 통과와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 관리체계 전면 개정해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 관리체계에 대한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2018년 경북 경찰 살인 사건,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지역사회에 방치된 정신질환자에 의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 사건의 공통점은 치료가 중단되고 피해 망상에 시달리는 환자에 의해 벌어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증 정신질환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라며 반복될 수 밖에 없는 후진적인 정신질환자 관리시스템의 전면 개혁을 요구했다.

 

허술한 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우선 경찰을 지원하는 정신응급체계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권준수 이사장은 “경찰은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발견하면 치료 필요성을 확인하고 진단과 보호 신청 요청을 할 수 있지만, 민원과 행정소송 등을 염려해 단독으로 경찰관이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경찰을 지원하는 정신응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법입원제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본회의를 통과한)개정안에 따르면 자타해 위험 있는 정신질환자는 본인이나 보호의무자 동의 없이도 심사를 거쳐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거나 관할 보건소 통보할 수 있게 했지만, 치료는 환자가 거부해도 강제할 수 없다”면서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수많은 임세원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사법입원제 도입과 외래치료 입원제를 강화한 윤일규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등 핵심 법안은 법안 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일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돼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강제퇴원과 입원을 국가 책임하에 둠으로써 공공성을 높여 위기 상황에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걸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반의사불벌 조항은 삭제했어야 했다”

 

“진료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선 환영하지만,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반의사불벌죄 규정 삭제가 불발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임세원 법 통과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의료인 폭행 처벌이 강화된 점은 반겼지만, 그간 의료계가 요구했던 반의사불벌 규정 삭제가 불발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명한 것이다.

 

의료인 대상 범죄의 경우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바 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에 반영되지 않은 반의사불벌 규정 삭제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 배치에 대한 정부 비용지원 등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요건의 법제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림=123RF


 

yhj@healthi.kr

 

#헬스앤라이프 #임세원법 #살해범 #25년선고 #진주방화살해 #조현병 #반의사불벌 #의료인폭행 #가중처벌 #의료법개정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관리 #윤일규의원 #사법입원제 #윤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