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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산부인과전문의들에게 들었다 "낙태법 개정, 어떻게 가야하나"

정세빈 기자 입력 : 2019-05-20 12:18  | 수정 : 2019-05-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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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3RF

 

 

[헬스앤라이프 정세빈 기자] 낙태 시술 혐의로 기소된 한 산부인과 의사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했던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기한 내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자동 폐지된다. 의료계에서 가장 낙태죄와 관계가 깊은 산부인과의사회 두 곳은 직선제 산의회의 경우 적극적으로 법안 개정에 전문가로서의 의학적 소견을 개진할 것을 밝혔고 산의회는 여성의 건강권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보건의료시민단체는 개정안이 처벌 목적이 아닌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는 법안 개정 전까지는 낙태죄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선제 산의회, “전문가로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적극 의견 내겠다”

 

직선제 산의회는 개정안이 의사의 의학적 지식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선제 산의회 김동석 회장은 “헌재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의사 쪽에서 이를 환영하거나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의사는 의학적 관점에서만 이야기 할뿐 낙태를 찬성 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모자보건법에 의학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제대로 개정되도록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의학적 자문이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의문이 있다). 토론회나 공청회도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의사가 의학적으로 (기존)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여성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도록 한 데 대해 사회도 반성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과 의사를 고발했다. 인공임신중절, 출산, 양육 등 남성이 동반책임을 지도록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 대표)은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산부의 요청만으로 낙태가 가능토록 하며, 임신 22주 이내에는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기존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더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취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의사 개인의 신념에 의한 낙태 진료거부권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 회장은 “인공임신중절이 합법화되더라도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수술하지 않는 의사의 진료거부권을 인정해줘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임신중절이 가능한 병원 리스트를 제공한다든가 하는 방안은 규제를 위한 규제일 뿐”이라며 “낙태를 합법화하면 의사들끼리는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을 안다. 만약 리스트를 작성해 공개하면 해당 의사를 비난하거나 진료거부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임신 주수에 한 제한은 두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김동석 회장은 “헌재에서는 중절을 22주까지 하라고 했는데, 그 이후에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할 수 없는 경우로 판단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며 “의학적인 문제가 있다면 임신 주수 제한 은 없도록 하는 게 맞다”고 했다.

 

미프진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미프진이 도입된다면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의사가 미프진을 사용해도 되는 주수인지 판단토록 해야 한다. 또 중간단계에서 하혈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지, 마지막에 잘 마무리가 됐는지도 의사가 확인토록 해야 한다”며 “또한 향정신성의약품 처럼 병원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해서 불법유통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유산유도약으로 임신 초기부터 약 7주까지 복용할 경우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의약품이다. WHO는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으며 국제산부인과학회(FIGO) 가이드라인도 이를 공인하고 있다. 직선제 산의회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대해선 즉각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는 법에서 합법화된 경우가 아닌데 낙태하게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표·시행했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 의사들은 지난해 8월 18일 낙태 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한 상태다. 김동석 회장은 “해당 규칙에 따라 처분이 유예된 의사들도 있다. 그 규칙은 빠른 시일 내 폐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123RF

 

산의회,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 여성 건강권 고취하는 개정안 돼야”

 

산의회는 법안이 여성의 건강권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의회 이충훈 회장은 “사실 낙태죄 관련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주체는 아니다. 시민단체에서 낙태죄 폐지가 돼야 임산부들이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우리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개정 방향은 사회·경제적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또 언제까지는 임산부가 자기 판단에 따라 자의로 결정할 수 있는지, 임산부 별로 다른 조건 등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임신 주수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를 살필 것을 요구했다. 이충훈 회장은 “우리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대로 요구하고 있다. 임신 14주 정도까지는 산모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을 하도록 하고, 28주까지는 산모 건강권 확보를 위해 여러 사유를 고려했을 때 (낙태)수술을 해야 한다면 수술할 수 있게 한다. 그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금하되 산모 건강에 심각한 위해 우려가 있을 때만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낙태죄 폐지로 임산부 건강권이 확보된다면 태아 생명권도 중요시 될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인공임신중절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임신기간 동안 약을 복용했거나 엑스레이를 찍어서 태아 기형이 우려되니 수술하겠단 경우도 종종 있다. 약물복용 상담을 통해 약물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료거부권에 대해서는 직선제 산의회와 마찬가지로 필요하단 입장이다. 이충훈 회장은 “낙태도 결국 의료행위의 하나다. 의사들은 위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본인이 수술하지 않으면 산모가 음지에서 불법수술 등을 받게 되니 양심상 수술을 해 왔다. 마찬가지로 낙태가 허용돼도 안 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며 “다른 의료행위의 경우에도 의사가 본인의 능력에서 벗어나거나 병원 시설이 부족할 경우 더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한다. 이것도 거부 아닌 거부”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처럼 낙태 수술이 가능한 병원 리스트를 공개하거나 진료거부가 가능한 사유로 이 내용을 추가해도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미프진에 대해서도 의사의 지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임신중절 약물도 방법 중 하나인만큼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된다면 (미프진)도입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100% 안전한 약물은 아니다. 의사의 처방 및 지시, 감독 하에서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단 오히려 성교육 및 피임교육에 대한 중요성, 정부의 미혼모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충훈 회장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청소년 및 일반인 대상 성교육과 피임교육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미혼모 등 젊은 세대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123RF

 

 

시민단체, “처벌 아닌 안전장치로 법 개정해야”

 

시민단체는 처벌이 아닌 안전장치로서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산부인과 전문의는 “여성의 건강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고려돼야 한다”며 “어떤 기준을 정해놓고 이런 사람은 벌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니고 하는 식의 법이 아니라 당사자가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위험성은 어떤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서 법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임신 주수 제한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22주는 그 이전에는 당사자가 언제든 선택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을 주고, 그 이후에는 의학적으로도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에 신중히 고려한 다음에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선을 정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주수를 24주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로 23주부터도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의료 기술이 갖춰졌다. 결과적으로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삼는 게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신 22주 이후에는 안 된다’가 아니라 임신 초기에는 본인 요청에 의해 중절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지만 임신 후기에는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및 상담을 제공받고 안전한 (의료)서비스가 갖춰진 병원에서 중절을 시행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 어느 주수 이상은 안 된다고 막을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삼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미프진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임산부의 약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정원 전문의는 “미프진 도입 초기에는 안전성 입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거쳐 오남용 가능성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누가 오더라도 약물적 임신중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주며 약을 제공하는 병원이 많아질 것이란 시각에 대해선 생각을 달리했다. 처음부터 수술을 권하지 않고 약물적 중절 등에 대해 설명하며 선택지를 주는 병원이 과연 많을까 싶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의 체질에 맞는지에 대한 입증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이 도입된다면 도입 초반에 추가적으로 연구는 돼야 할 것”이라면서 “미프진 도입 초반에 병원을 거쳐서 처방받도록 할 때, 환자 본인이 원하고 임신 주수도 매우 이른 편이어도 병원에서 해당 약이 없다고 하거나 의사가 약 안전성에 대해 의심할 경우, 환자의 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값이 비싸지는 등의 문제까지 더해지면 지금처럼 해외에서 불법으로 약을 수입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료거부권에 대해서는 환자와 의사 양쪽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전문의는 “의사 본인이 시술을 하는 게 불편하다면 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지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며 “의사가 해당 요청을 거절하는 대신 임산부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빠르게 연계해줄 수 있는 시스템과 응급상황에서는 거절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 안전장치를 갖춰 양쪽을 모두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법 유효한 현재로선 낙태는 불법”

 

정부는 아직 현행법이 유효하다는 말로 입장을 대신했다. 보건복지부 류제덕 의료자원정책과 서기관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개정 입법 전이다.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현행법이 유효하다”며 “그때까지는 현행법을 잠정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 및 모자보건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낙태 시술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직선제 산의회가 요구하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폐기도 관련 법 개정 전에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은 형법과 관련이 있다. 일단 형법 269조와 270조가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형법이 어떻게 개정될지에 대한 방향이 나와야 그 다음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행정처분이 유보된 의사 4명에 대한 처벌 가능성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했다. 류제덕 서기관은 “이 또한 형법과 모자보건법에서 나올 개정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처분이 어떻게 될지는 확언할 수 없다”고 답했다. 

 

 

sebinc@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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