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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배석철 충북의대 교수, 암세포 자살 유도 핵심 원리 세계 최초 규명

재발 없는 항암제 적용 기대

송보미 기자 입력 : 2019-06-11 00:00  | 수정 : 2019-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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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송보미 기자] 기존 항암제가 해결하지 못한 암 재발의 문제를 극복해 줄 암 치료 원리가 제시됐다. 한 번 암이 발병했던 환자는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다른 유전자가 변이되면서 항암제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는 암으로 재발한다. 표적치료를 비롯해 과거보다 우수한 항암제가 다수 개발됐지만 암 재발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기존 연구들은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의 기능이 파괴되기 때문에 암이 재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p53의 기능이 복구되더라도 이미 발병한 암은 치료되지 않음이 밝혀졌다.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이 필요했다. 배석철 충북의대 의학과 교수는 세포가 생명을 지속하거나 사멸하도록 스스로 결정하는 절차인 R-포인트(Restriction point)의 진행과정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해 암 재발을 막을 방안을 찾았다. 특히 암세포에서 R-포인트가 붕괴되는주요 원인은 ‘RUNX3’라는 유전자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임을 밝혀냈다. 암세포에 RUNX3를 도입하면 암세포의 자살 결정과정을 원상 복구시킴으로써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발 없는 항암제 개발의 가능성이 열린다. 배석철 교수는 R-포인트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이 RUNX3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그를 만나 암의 발생 원인 및 재발과 관련 새롭게 정립된 패러다임에 대해 들어봤다.

 

 

배석환 충북의대 교수는 "암 발병과 암 재발을 설명해왔던 과거의 패러다임은 붕괴됐다. 재발 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는 이론 또한 사라지고 말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p53(암억제유전자)는 애초에
암 유전자를 막는 방패가 아니라,
다른 방해 역할을 하는 유전자는 따로 있고
그것이 렁스3(RUNX3)라고 봤다.”

 

 

Q   항암제 연구가 계속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암의 재발은 해결되지 않았다.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경계가 명확한 초기에는 수술로 암 세포를 깨끗이 도려내면 암은 완치된다. 하지만 정상세포와의 경계가 없어지고 혈액을 타고 암세포가 흐르게 되면 전이가 되면서 수술이 불가능해지고 이때 항암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항암제를 사용하면 재발 위험은 항상 있는 것이다. 항암제를 통한 치료법은 표적 치료(targeted therapy)를 기반으로 한다. 항암제는 암세포를 분열시키는 원동력인 암 유전자를 억제시켜 일을 못하게 하면서 암 세포가 분열을 못해서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막는다. 이 맥락상 항암제를 사용하면 암이 더 이상 진행되면 안되는 것인데
1~2년 후 다시 재발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A라는 항암제를 사용한 후 암이 재발하면 이제 A라는 항암제가 듣지 않는 암으로 재발하는 식이다. 수십 종의 표적 치료 항암제가 개발됐음에도 재발 때문에 암 환자의 사망이 많다.

 

 

Q   암 억제 유전자 p53에 대해 설명해달라.

 

 p53은 생명과학자가 굳게 믿고 있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암 억제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p53이 강력하게 암을 억제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기능하면 암은 생겨나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비유를 하자면 암 유전자는 ‘창’이고 p53은 ‘방패’이다. 창은 방패를 뚫지 못하듯, p53이 있으면 암 유전자가 작용을 못해 암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최근 과학이 발전하면서 이미 암 유전자가 생겨난 뒤에는 p53이 방패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신 연구 결과 p53 암 억제 유전자의 결손은 암 발병의 필수 조건이 아니며 p53의 기능을 복구해도 이미 발병한 암은 치료되지 않음이 확인됐다. 유전자변형생명체를 만들어 암환자와 유사한 생체적 환경을 만들어 실험해보니, p53은 있으나 없으나 암과 크게 상관이 없는 것이다. 과거 실험실에서 세포주를 갖고 세포 배양을 했던 결과와 실제 동물 실험 결과가 맞지 않았다. 암 발병과 암 재발을 설명해왔던 과거의 패러다임은 붕괴됐다. 재발 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는 이론 또한 사라지고 말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Q   p53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재발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과학자들은 p53에 이상이 있는 암세포에 정상 p53을 주입하면 암세포가 스스로 죽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동물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것은 암 유전자가 발생하면 이미 p53이 먼저 고장이 난다는 것이다. 암 발생 후 항암제 표적치료를 통해 암 유전자 기능을 약화시키면 p53의 방패 기능이 더 강해져야 하는데 암 발생 후 이미 p53은 고장 나 버린 상태라서 어떤 암 유전자를 아무리 잘 억제한다고 해도 빗발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다 막을 수 없어서 결국은 재발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방패 역할을 하는 암 억제 유전자가 아예 없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p53은 애초에 방패가 아니라 다른 방패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고 그것이 렁스3(RUNX3)라고 봤다.

 


Q  암세포에서 R-포인트가 붕괴되는 주요 원인이 Runx3 유전자 기능저하 때문임을 밝혔다.

 

A  RUNX는 1995년에 발견했다. 2002년에 <셀(Cell)>지에 투고했다. 일본 교토대 박사후 연구원 시절에 RUNX1, RUNX2를 발견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RUNX3를 발견했다. 이후 2013년 <암세포(Cancer Cell)>에 RUNX3가 정상 세포의 암 줄기세포화를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암 줄기세포 생성과 이를 막는 방어체계 붕괴를 가져오는 결정적 사건이 RUNX3 유전자 불활성화이며, 이 유전자가 바로 그 문지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폐암세포에서는 RUNX3 유전자 기능이 저하돼 있고 반대로 이 유전자 기능을 향상시키면 폐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었다. 암세포에서 R-포인트가 붕괴되는 주요 원인이 RUNX3 유전자 기능저하 때문임을 밝혀낸 것이 골자인데, 암세포에 RUNX3를 도입해 R-포인트를 원상복구 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Q   재발 없는 항암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

 

A   지금까지는 암 자체가 왜 재발하는지 원인을 몰랐다. 표적치료 항암제 원리로 암 유전자를 잘 억제하면 암은 치료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연구성과는 암을 억제하는 시스템은 R-포인트로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암 재발은 R-포인트가 망가져 있는 상황이라 암세포를 자살시키고 건강한 세포를 분열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혔다. 이론은 증명해야 강해진다. 동물실험단계에서 암을 만들고 RUNX3 유전자를 넣어서 암을 치료하는 식으로 진행하며 증명하고 있다.

 

 

Q   관련연구가 계속 진행되는 것인지.

 

해오던 연구를 그대로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연구논문으로 발표됐다고 연구가 끝난 게 아니다. 중간 매듭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건 순수 이론이다. 세포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분자적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 이번 발표 내용이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그 분자적 원리가 우리 생명현상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충북의대 배석환 교수는 "도전이 이뤄졌을 때 도전한 사람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걸맞은 지원이 이뤄진다면 과학과 기술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효율적인 산업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연구성과가 사장되기 쉬운 것은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화나 기술화로 연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 교수님은 바이오러넥스라는 의약연구업체를 설립했다.

 

 과학은 자연원리를 밝히는 것이고 기술은 밝혀진 원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전자는 과학자가 할일이고 후자는 기업
의 일이다. 현재의 기업은 원리를 기술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기업에서 제품화를 위해선 원리로부터 기술쪽으로 전환된 ‘기술화된 과학’이 교량으로서 필요하다. 현재 시스템에선 이 교량이 빠져 있다. 과학과 기술간 간극이 크다. 그래서 소규모 벤처기업이 주로 그런 교량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원리를 발견했다고 해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금방 나오는 건 아니다.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기술개발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필요하
다고 봤다.

 

 

Q    그런 교량역할을 하는 벤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중요한 것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성과가 기술, 제품이 돼서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벤처에 도전할 수 있다. 도전이 이뤄졌을 때 도전한 사람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걸맞은지원이 이뤄진다면 과학과 기술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효율적인 산업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과학이 기술로 가는 길목에서 벤처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기존 시스템에서 빠져 있거나 개선해야 할것을 정책과 제도를 통해 보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좀 다른 얘기다. 연구라는 게 스스로에겐 어떤 의미인가. 누군가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연구는 어둠 속에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데도 무엇을 찾는 것과 같다. 우리는 눈을 뜨고 세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
하지만 ‘생명의 신비’ 그 세계에 들어가면 장님과 같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저 열심히 더듬는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공포감이 엄청나다. 일자리라던지 연구비 등 현실적 문제까지 엮이니 공포는 강해진다. 그러나 어둠 속을 헤쳐나
가는 힘은 기본이 공포다. 두렵기 때문에 거기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 두려움이 자신을 질문하게 만들고, 직면하게 하고,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묻게 만들고, 읽기 어려운 책을 읽게 만들고, 어지러운 논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좋은 연구는 어떤 연구인가.

 

 과학과 예술은 닮아 있다. 어떤 예술가는 자기 목숨을 걸고 세상에 남기고 싶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 치는데
어떤 예술가들은 작품을 팔아서 더 풍족한 삶을 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도 있다. 짧은 순간 소멸해
가는 이 인생이 그나마 남기고 싶은 것을 위해 목숨을 거는 작가들도 있다. 거장들이 남긴 작품들을 보면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연구가 좋다. 치열한 과학자가 만든 논문은 후학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딛고 갈수 있는 힘을 주고 ‘그걸 딛고 가면 절대 미끄러지지 않는다’ 하는 발견의 계단을 만드는 디딤돌 하나 면 된다. 예술가 같은 마음을 가진 과학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과학자가 만든 논문은 후학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딛고 갈 수 있는 힘을 주고 '그걸 딛고 가면 절대 미끄러지지 않는다' 하는 발견의 계단은 만드는 디딤돌 하나면 된다"
사진=헬스앤라이프 

 

 


bmb@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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