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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낡은 공보의 제도, 바뀔까

정세빈 기자 입력 : 2019-06-12 00:00  | 수정 : 2019-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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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앤라이프 정세빈 기자] 지난달 8일과 17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회는 병역법과 농어촌의료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부분은 보충역 중 공중보건의사에 대해 4주의 기초군사훈련 기간을 군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아 같은 보충역 내에서 헌법상 평등권이 침해당한다는 점이다. 병역법의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에 기초군사훈련기간을 산입할 경우 야기될 의료공백과 군의관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근거를 들어 훈련기간 산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국방부가 편한대로 법안을 해석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조계는 해당 법률안을 놓고 국가가 수행해야 할 보건 의무를 개인에게 전가한다며 비판한다.

 

 

사진=123RF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는 지난 5월 8일 헌법재판소에 공중보건의사 기초군사훈련 기간 복무기간 미산입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같은 달 17일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회(이하 대공치협)도 동일한 건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냈다. 병역법 제34조 3항 ‘공중보건의사에 편입된 사람에 대해서는 기초군사교육기간은 복무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와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7조1항 ‘공중보건 의사의 의무복무기간은 기초군사교육소집기간 외에 3년으로 한다’는 조항이 헌법상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 심판청구의 배경이다.

 

공중보건의사제도는 전공의, 전문의 자격증을 보유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중 병역의무 수행 대상자가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1979년부터 전국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1차 보건의료와 예방보건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보충역인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예체능요원, 공익은 기초훈련기간이 산입돼 복무기간이 36개월인 반면 공중보건의사는 기초군사교육 기간 4주가 군 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아 총 복무기간이 37개월이 된다. 공중보건의사와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보충역 직군에는 공중보건수의사, 공익법무관,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가 있다.

 

 

대공협 “훈련기간 미산입 근거가 의료공백? 국방부 논리 납득 안돼”
 

국방부는 기초군사교육기간의 복무기간 미산입 근거로 의료공백을 내놓고 있다. 대공협은 이같은 국방부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중현 대공협 회장은 “국방부 측에서 의료공백을 만들었을 때는 문제삼지 않았으면서 (평등권을 위해) 원칙적으로 해달라고 하면 의료공백을 근거로 든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중보건의사는 일반적으로 3월 중순 경 4주 간 기초군사훈련 후 4월부터 보건소 및 보건지소 등에 발령을 받아 근무를 시작한다. 기초군사훈련 기간이 산입돼 36개월을 복무하게 되면 3월 중순 경 소집해제된다. 국방부는 3월 전역하는 전임 공중보건의사와 4월 발령되는 후임 간 약 한 달 간 의료공백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중현 회장은 “국방부는 훈련소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훈련 시작 시점을 지정하지 않고 있다”며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짜가 지정되면 전임 공중보건의사가 소집해제되는 다음날 후임 공중보건의가 근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3월 1일로 입소 날짜가 지정되면 3월 31일 전임이 전역한 후 4월 1일 후임이 새로 근무를 하게 된다. 한 번은 새로 들어올 공보의들이 훈련소에 들어간 시점이 3월 20일이었다. 이들은 4월 20일부터 근무를 시작하는데 전임 공보의들이 4월 9일 경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국방부에 최대한 (훈련소 입소일을)통일시켜달라고 요구했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훈련소 일정은 병무청에서 조정하니 행정적 편의를 위해 필요한 지점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훈련기간 미산입으로 인한)평등권 위배 해소를 얘기할 때는 갑자기 의료공백을 들고 나온다.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군의관과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교 대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3월 21일 공중보건의사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기초훈련기간을 군 복무기간에 산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국방부의 입장을 내놓은 윤문학 인사기획관은 “출발은 의무사관으로 관리되다가 추첨으로 군의관, 공보의로 분류되기 때문에 군의관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긴 군사교육 기간, 공보의와의 소집해제시기 격차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복무기간을 한 달 앞당기는(축소하는) 게 현역 군의관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중현 회장은 “제도 시행 초기에는 공중보건의사가 장교였으나 2000년대 들어 보충역 신분으로 편입됐다”며 “국방부는 자꾸 군의관과의 형평성을 놓고 이야기하는데, 공보의는 보충역 신분이 명백하며 같은 보충역 직군 내에서 평등의 원칙을 위배받고 있다는 점을 늘 주장했다”고 말했다. 공보의 출신 전공의의 교육기회 박탈로 인한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 문제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단 지적이다. 조 회장은 “보통 2월에 인턴 및 전공의를 한 번에 선발한다. 대부분은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하지만 공보의를 마친 전공의들은 5월부터 시작한다. 병원에서는 수련 강화를 위해 신규 전공의를 위한 집중 교육을 실시하지만 현실적으로 3월과 5월에 두번 진행하기는 어렵다. 이 ‘5월턴’들은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5월턴이 오지 않은 3월에서 4월 사이 신규 전공의들의 업무 로딩이 과해지기도 한다. 또한 5월턴은 집중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가 위험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턴을 100명 넘게 뽑는 대형병원은 그 중 10% 정도가 5월턴으로 들어가도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2명만 뽑는 중소병원의 경우 병원과 지원자가 모두 부담이 된다”며 “선발 당시에는 공정하게 뽑혔지만 5월턴이 중간에 들어가면 현장에서는 위축된다”고 말했다.

 

헌법소원 청구서에는 공중보건의사의 훈련기간 미산입 배경을 추가했다. 조 회장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5년도에 군 특례자에 대한 법률을 통합 개정한 적이 있다. 당시 전문연구요원 등 일부 직군은 기초훈련 기간을 군복무기간에 산입하며 공보의를 비롯한 일부는 산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제시돼 있지 않았다. 이 부분도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담았
다”고 말했다. 동일한 문제가 있는 타 직군과 함께 공동대응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조중현 회장은 “공중방역수의사는 공감대가 형성돼 어느 정도 (대응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징병검사의는 특별히 조직이 형성돼 있지 않아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의 경우엔)접근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을 지지하는 공중보건의들의 동의 연서는 8월까지 취합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온라인으로 8월까지는 계속 취합해 나갈 예정”이라며 “최근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수련 교육자 입장, 예비 수련 피교육자의 입장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123RF

 

 

법조계, “’국민보건’ 국가 의무, 공보의 개인 책임으로 돌려”

 

법조계는 “국가가 져야 할 국민에 대한 보건의료 의무를 공중보건의사라는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한치과협회,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회와 헌법소원 청구를 진행한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군의관은 장교이며 의사이기 전 군인 신분이다. 공중보건의사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되 군인이 아닌 다른 형태로 복무하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어떤 기준으로 (군의관을)선발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공중보건의사는 보충역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 다른 보충역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공백 우려 때문에 복무기간 단축이 어렵다는 국방부 주장에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엄태섭 변호사는 “1979년 공보의 제도가 시작됐다. 당시와 현재 보건의료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청구 대상 법령은 보건소의 진료기능은 저하되고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문제는 일률적으로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을 늘려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중보건의사들은 4주 기초군사훈련 기간이 군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아 앞으로 의료인으로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집중 수련기간을 놓치게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민 보건의료에 대해 향후 더 심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보협과 대공치협이 주체가 돼 청구한 두 헌법소원은 동일이슈로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병합에 대한 협의가 진행중이다.


sebinc@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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