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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 “재생불능 심장 다시 뛰게 하는 심장근육 재생 마커 찾다”

손상 심부전 기능 회복 치료법 기대

윤혜진 기자 입력 : 2019-08-11 19:49  | 수정 : 2019-08-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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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심장근육 재생에 쓸 심근줄기세포를 고순도로 다량 확보하는 길을 열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윤혜진 기자] 심장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 2위에 오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위험도가 높고 발생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심장질환자 증가 폭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획기적인 치료법 개발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하지만 심장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려워 약물과 시술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줄기세포를 활용해 심장근 재생에 쓸 고순도 심근세포를 다량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 주목받고 있다. 20여년간 심장 재생 연구에 몰두해온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심부전·심근경색 등 손상된 심근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심장근육 재생에 쓸 심근줄기세포를 고순도로 다량 확보하는 길을 열었다. 김 교수팀은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가 심근줄기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라트로필린-2(Lphn2)’라는 세포표면 표지자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심근줄기세포만을 분리할 수 있는 새로운 마커 ‘라트로필린-2’를 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교수팀은 심근줄기세포 표면에 분비된 라트로필린-2 단백질과 결합하는 형광 항체와 유세포분석법으로 순도 높은 심근줄기세포를 다량 확보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동물실험을 통해 라트로필린-2가 심근줄기세포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라트로필린-2 유전자를 결손시킨 쥐를 만들었고, 그 결과 심장 기형이 초래돼 자궁 안에서 사망했다. 김 교수의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근육을 재생하는 세포치료 및 유전자치료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Q   세계 최고 권위지인 <순환기(Circulation)> 최근호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선정됐다.

  우리가 개발한 프로토콜로 역분화 만능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에서 증가하는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심근줄기세포에서만 발현되는 ‘라트로필린-2’라는 세포표면 표지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역분화 만능줄기세포가 심근세포로 분화하는 과정 중엔 심근줄기세포도 나오지만 다른 줄기세포도 나오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라트로필린-2와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형광 항체로 심근 줄기세포만을 100%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결과에 학계가 관심이 크다.

 

Q   심근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세포치료사업단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이후 세포치료-실용화 사업단과 5년 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5년간 세포-유전자 치료법 연구를 진행하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얻었는데, 이번 연구도 그 일환 중 하나다.

 

Q   심장 근육세포는 자가 재생이 매우 힘든 조직 아닌가.

 그렇다. 줄기세포 단계에선 여러 가지 세포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 분화를 거듭하면 그 가능성은 줄고, 부여 받은 기능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심근세포는 수축하는 기능만 부여 받은 근육세포이기 때문에 오직 수축만 할 뿐 다른 세포로 분화하거나 증식하지 않는다. 즉 재생이 어렵다는 의미다. 물론 일부는 심근세포가 분화해 새로운 세포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도 심근 내에 심근 줄기세포 일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국내외 관련 연구 현황이 궁금하다. 다른 마커는 없었나.

A   심장 재생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결요건이 ‘배아줄기세포’나 ‘자가만능줄기세포’로부터 심근세포를 고순도로 대량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 연구자들이 그 프로토콜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여년간 연구에 매진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그룹에서 심근 세포 특이 표지자를 발견해 리포트한 바가 있는데 크게 3가지다. 2개의 마커를 활용해야 하거나 세포질에 있어 분리가 어려운 마커, 또 쥐에만 있고 사람에는 없는 마커다.

 

Q    그렇다면 ‘라트로필린-2’를 심근세포 획득에 가장 앞서가는 마커라고 봐도 무방한가.

A    우리가 발견한 ‘라트로필린-2’는 2개가 아닌 1개의 마커만 이용해 심근줄기세포를 생포할 수 있다. 세포질도 아니고 표면 마커이기 때문에 산채로 포획할 수 있고, 쥐와 인간 모두에게 있다. 따라서 기존 연구자들이 발표한 마커 3종류보다 한 수 앞서는 새로운 마커를 발견했다고 볼 수 있다. 한가지 더, 라트로필린-2는 단순 마커가 아닌 세포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이 있는 마커이다. 심근세포에도 라트로필린-2는 항상 존재하는데, 라트로필린-2의 아고니스트(Agonist·자극제)를 처리하면 세포 내부에 신호가 전달되면서 세포가 증식하는 등 세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 영향을 주는 마커라는 의미다. 현재는 자극할 수 있는 아고니스트를 추적 중에 있다. 아고니스트가 들어가면 세포가 자극을 받아 조금 더 분화가 빨라지거나 증식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진행 중인 후속 연구가 있나.

A    우선 후속 연구로 라트로필린-2 마커가 없어지면 어떻게 심근 경색이 악화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 라트로필린-2 유전자 주입 시 심장 기능 회복이 얼마나 되는지 진료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효과를 증명해 나가고 있다.

 

Q   연구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처음엔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 프로토콜을 셋업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여러 마커를 상정한 다음 마커 하나하나를 테스트하며 답을 얻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인고의 과정인데, 제대로 된 타겟을 찾았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마커가 작동하는 기전에서 생명의 오묘함을 느꼈다.

 

Q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텐데.

   사실 기쁜 순간보다 괴로웠던 순간이 훨씬 많다. 유전자 생물학이 젊은 세대에게 가장 (조건이)열악한 분야다. 연구비만 가지고 박사·포닥에게 월급을 줘야 하기 때문에 박봉이다. 실험 자체가 힘들기도 하다. 한 장의 논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100번의 실패를 해야 한다. 논문으로 게재할 가치가 있는 성공적인 실험 결과가 도출될 확률 또한 3% 미만이다. 100번 중 96번은 실패하고 한 번 쓸만한 데이터가 나오니까 좌절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또 획기적인 새로운
마커를 규명했기 때문에 <네이처>, <셀>, <사이언스> 등 유명 저널에 투고를 하고 있지만 당연히 리젝트 된다. 비슷한 수준의 혁신성·독창성을 갖춘 페이퍼는 다 실리는데 말이다. 이는 결국 우리 한국 과학자들이 저널 배정에 있어 불리하다는 거다. 우리는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경주하는 셈이다. 이런 과정이 항상 괴롭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임상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나.

A   동물 실험으로 효과가 있다면 사람에게 적용하는 과정이 남은 건데 5~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전자 치료제도 임상연구에 들어갔는데 이 역시 5~10년 정도로 본다.

 

Q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부작용 우려는 없는 것인지.

 각종 부작용 여부를 염려해서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해, 데이터를 도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구하는 사전 검사 항목이 미국에 비해 너무 까다롭다. 똑같은 연구에도 미국이 요구하지 않는 자료까지 요구하고 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심장 재생 관련 연구 외에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연구가 있는가.

 많은 연구가 있지만 한가지만 언급한다면 간, 폐, 콩팥 섬유화를 막는 연구다. 공해로 인해서 폐 섬유화 문제가 발생한다. 더구나 고령이 되면 콩팥 기능이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타깃한 특정 유전자가 소실되면 간, 폐, 콩팥의 섬유화가 진행된다. 따라서 이 유전자를 유지, 회복할 수 있는 약물 요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프로젝트가 전세계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초’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흥미롭지만, 그 과정은 사실 정말 험난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연구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정부가 연구개발 성과를 고대한다면 젊은 생명과학도들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 이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연구개발, 투자 인력, 동력 모두를 놓치게 된다. 이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청년 지원 정책이 젊은 연구자들이 함께 하는 연구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해줘야 한다.


yhj@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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